|
|
|
美경제 독점구도 강화엔 "위기 상황"…AI 투자열풍엔 "1990년대말 IT 붐 유사"
하윗 교수는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 발표 후 브라운대가 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정책 환경에 관한 기자 질의에 "확고한 반(反)독점 정책을 가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윗 교수는 조지프 슘페터(1883∼1950)의 경제학 이론을 계승·발전시켜 혁신과 창조적 파괴, 기술진보, 기업가정신을 경제성장 핵심 동력으로 강조하는 이른바 '슘페터리언' 접근법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에 대해 처음 썼을 때 그의 주장은 강력한 독점 허용을 지지하는 논거가 됐다"며 "독점적 지위에서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 전망이 혁신을 창출하는 유인을 제공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윗 교수는 이와 상반되는 '경쟁 탈출 효과'(escape competition effect) 개념을 소개하며 "시장이 더 경쟁적일수록 기존의 시장 리더들이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혁신을 계속할 유인이 더 커진다"라고 강조했다.
경쟁 여건이 조성된 시장에서는 선도적 기업이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혁신에 더 힘을 쏟을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 정책은 이 같은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윗 교수는 최근 미국 주요 산업에서 독점적 지배력이 커진 상황에 대해 "미국은 현재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부문에서 규제되지 않은 독점 권력을 허용한 게 혁신과 성장에 다소 억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리가 보아 온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관련해서는 1990년대 말∼2000년 초반 정보통신(IT) 붐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하윗 교수는 "우리는 현재 1990년대 통신 부문 붐과 유사한 성격의 투자 붐의 한가운데 있다"며 "수많은 기술 붐은 결국 붕괴로 끝났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기술 붐들이 붕괴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한 신기술 혁명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하윗 교수는 "AI 부문에서 누가 리더가 될지 아무도 모르고, AI의 창조적 파괴 효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면서도 "다만, AI는 분명히 놀라운 가능성을 가진 환상적인 범용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일자리를 파괴하고 숙련노동을 대체할 잠재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받지 않는 시장의 사적 인센티브는 이 갈등을 사회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윗 교수는 경쟁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개방적인 자유무역정책이 중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무역전쟁이 일어나고 관세가 올라가 무역이 제한될수록 시장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혁신할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때 파괴적 혁신가였던 기존 산업 리더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개방적인 무역 정책을 유지하고 기존 산업 리더들을 너무 보호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고령화 추세 속에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아이디어의 교류·개방이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윗 교수는 "혁신이 젊은 층에서 더 쉽게 이뤄지는 게 사실이다 보니 고령화가 일반적으로 혁신에 유리하지 않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의 흐름이 개별국가의 (고령화) 인구통계 변수에 의해 제한되지 않도록 다른 곳에서 오는 아이디어에 개방적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하윗 교수를 비롯해 조엘 모키어(79), 필리프 아기옹(69) 등 3인을 선정했다.
왕립과학원은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진보를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는지 설명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pa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