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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약품산업이 다른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비해 생산규모는 작지만 각 산업별 같은 금액 투자시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가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각 산업별로 50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될 경우 창출되는 부가가치유발효과는 2022년 한국은행 계수 기준 3600억원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대비 약 1.22배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용유발효과는 2055명으로 반도체 산업의 2.6배, 디스플레이 산업의 1.26배나 높은 고용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 보고서는 또 주요 국가들이 의료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제네릭의약품 사용 권장 등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에 착안, 흔히 독감으로 통칭되는 인플루엔자의 대표적 오리지널의약품인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 사례 분석을 통해 제네릭의약품 출시 이후 의료재정 절감에 기여하는 효과를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또 국내 의약품의 국민건강 증진 효과와 관련,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평균 국내 다빈도 사용 상위 5대 의약품중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고 국내 기업들의 개발 신약(케이캡, 펙수클루, 자큐보 등)이 잇따라 등장한 소화성궤양(위궤양 및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를 사례로 사회적 후생 효과를 추계했다. 최근 10년간 해당 치료제의 처방금액과 소화기질환 환자수, 치료비용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처방금액이 1백만원 증가시 관련 병원 방문 일수와 보험청구 건수가 각각 3.0일과 2.9건씩 감소하는 등 소화기 질환에 대한 의료이용 수요를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백신을 통해 자국민의 건강 증진은 도모함은 물론 백신을 개발도상국과 저소득국가에 안정적으로 조달·공급해 전염병 예방과 국제 공중보건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2023년 국내 백신 시장 유통 총액은 506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약 52% 증가했다. 이 중 국내 생산실적은 3,219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16.3% 성장했다. 또한, 국내 예방접종 대상 백신의 자급률은 2019년 52.8%에서 2023년 63.6%로 증가해 주요 백신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일부 낮췄다.
다만 22개 예방접종 백신 중 11개는 여전히 전략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내 주요 백신 제조사들이 WHO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 확보, 국제 조달시장 진출, 자체 개발 제품의 수출을 통해 국제 공중보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관련 사례로 ▲지씨플루로 누적 3억 도즈 이상 공급한 GC녹십자 ▲세계 유일의 콜레라 백신 공급기업으로 WHO·유니세프에 독점 납품한 유바이오로직스 ▲스카이코비원 개발로 WHO 긴급 사용 승인 백신 목록 등재 및 글로벌 파트너십(CEPI, BMGF 등) 구축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꼽았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정지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 건강 증진과 공공 재정 절감에도 기여하는 가치가 큰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백신·희귀난치병치료제·원료의약품 등 수익성은 낮지만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 기술 성과 확보와 공동 개발을 지원해 기업들의 혁신과 생산을 유인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체계나 우대제도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