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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한두 가지 입장 팽팽히 대립"…APEC 후 '계속 협의' 가능성 부상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일주일여 앞두고 각료급 집중 협상을 통해 대미 투자 패키지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이번 집중 협의가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는 수준의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오전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두 사람은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실장은 이날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에게 "많은 쟁점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많이 좁혀져 있는데, 추가로 한두 가지 더 아직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분야가 있어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의 방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워싱턴 DC에서 러트닉 장관 등과 대미 투자 관련 협의를 하고 귀국한 지 각각 사흘, 이틀 만에 숨 가쁘게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진전된 방향으로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미 협의에서는 지난 7월 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3천500억달러(약 50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시행 방안과 대규모 대미 투자가 한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많은 쟁점에서 이견을 좁혔고, 한두 가지 '남은 쟁점'이 있다는 김 실장의 설명과 관련해 정부 안팎에서는 직접 투자 규모, '상업적 합리성' 차원의 투자처 선정 방식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 장관은 지난 20일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며 다소 변화한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김 장관은 "지금 거기까지 갔으면 이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 부분 미국 측에서 우리 측의 의견들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7월 30일 관세 협상 타결 당시 3천500억달러 투자와 관련해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equity)는 5% 수준으로 하고, 대부분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credit guarantees)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loans)로 채우는 방안을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은 앞선 일본과 합의처럼 미국이 구체적인 투자처를 정하면 한국이 45일 안에 투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V)에 입금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해와 한국의 구상과는 간극이 컸다.
'3천500억달러'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며, 2026년도 예산안(728조원)의 약 7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에 대미 투자 계획이 현금성 위주로 짜일 경우 한국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상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미국 측을 지속해 설득해왔는데, 미국 측이 한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전액 직접 투자' 요구에서 한발짝 물러나 합의 도출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우려 사항인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한국 외환시장 충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은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3천50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가 현금성 위주로 이뤄진다면 한국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하질 우려가 있다며 미국에 통화 스와프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20일 김 장관이 "(미국과는) 외환시장 관련된 부분이 가장 큰 차이였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상당히 양측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쟁점들이 합의점을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외환시장 관련) 통화 스와프 체결이 될지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관세 협상 최종 타결을 위한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협의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건인 한국의 직접 투자 부담 규모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양국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에 한미 정상이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와 미국의 대한국 관세 인하를 맞바꾸는 기본 원칙만 재확인하고 이후 양국 각료급에서 '투자 MOU' 문서화 부분 협상을 더 이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부상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해 "APEC이라는 특정 시점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부분 합의된 것만 가지고 MOU에 사인하는 것은 정부 내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