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치마 어원은 행주산성? 땡…'행주+치마'가 맞답니다

기사입력 2025-11-3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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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국어학자 이기문 선생이 쓴 '어원사전' 수기 원고 사본 [촬영 홍준석]

"(행주대첩) 당시 부녀자들의 공을 기리는 뜻에서 행주라는 지명을 따 '행주치마'라고 했다고도 한다."

고양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행주산성 소개 글 일부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선조 26년(1593년)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물리칠 때 치마로 돌을 나른 부녀자가 큰 전공을 세운 점을 기리는 얘기가 퍼지며 '행주치마'라는 말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부엌일을 할 때 입는 앞치마를 뜻하는 행주치마는 '행자'(ㆍ를 ㅏ로 표기)에 '쵸마'를 더한 말이다. 요즘 말로 행자는 행주, 쵸마는 치마다.

행주치마는 조선시대 언어학자 최세진이 1517년 지은 '사성통해'(四聲通解)에 처음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행주대첩이 있기 76년 전이다.

강화도 지명인 '손돌목'도 어원이 대중에 잘못 퍼진 대표적인 단어다.

손돌목은 고려시대 왕에게 바닷길을 잘못 안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손돌'(孫石)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손돌목은 '솔다'와 '돌'(梁), '목'을 합친 단어다. 솔다는 공간이 좁다, 돌은 좁은 해협, 목은 잘록한 부분을 뜻한다.

이처럼 입증되지 않은 민간어원을 바로잡고 정확한 어원을 설명하는 '어원사전'이 지난 14일 출판됐다. 원로 국어학자 고(故) 이기문 선생(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유작이다.

2020년 별세한 이 선생 이름으로 책이 편찬된 데는 아들인 이인석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공이 컸다.

이 교수는 선친이 20여년간 손으로 직접 쓴 어원사전 원고를 국어학 전공 교수와 대학원생 49명과 함께 디지털화했는데, 이 작업에만 10년이 걸렸다. 어원사전 분량이 표제어 3천380개, 쪽수로 1천313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이다.

작업에 참여한 이 선생의 제자 황선엽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첫 어원사전"이라며 "이 선생이 원고를 쓰는 데는 20여년이 걸렸지만 사실상 평생을 바쳐 만든 책"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어원사전이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일본어·만주어·여진어·몽골어·튀르키예어·퉁구스어를 고대부터 근대에 걸쳐 분석한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이 선생은 맷과 새 '송골' 어원을 설명하며 몽골어로 같은 뜻을 가진 '숑코르'를 언급했다.

황 교수는 "이 선생은 확실한 근거를 갖고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던 분"이라며 "그만큼 한국인이 특히 관심을 갖는 주제인 어원을 정확하게 설명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원사전은 국립국어원이 내년 펴낼 계획인 '국어 어원사전'의 주요 참고 자료가 될 예정이다.

honk0216@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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