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남성 사망 후 '가짜 아내'와 유산 분쟁…"결혼 무효" vs "정당한 요구"

기사입력 2025-12-03 16:42


동성애 남성 사망 후 '가짜 아내'와 유산 분쟁…"결혼 무효" vs "정…
자료사진 출처=언스플래쉬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중국에서 동성애자 남성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가족과 '가짜 아내'간 유산 분쟁이 벌어져 눈길을 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출신으로 국영기업 고위 간부였던 쉬톈(48)은 의사인 연인 쉬충과 10년간 관계를 이어왔다.

이들은 이웃들 앞에서는 부자(父子)인 척 숨겼고, 양측 가족은 묵인했다.

중국은 1997년 동성애를 비범죄화했고 이후 정신질환 목록에서도 제외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들 사이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크며 동성 결혼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쉬톈의 어머니가 살던 마을에서 철거 및 재정착이 시작되면서 가구원 1인당 약 230만 위안(약 4억 8000만원)의 보상금이 예정됐다.

이에 쉬톈은 보상금을 늘리기 위해 연인의 누나 쉬리와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세 살 연상으로 남편을 잃고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12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다.

친척과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함께 살지도 않았다. 이후 정부는 쉬리를 쉬톈의 보상금 배정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2개월 후 쉬톈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그의 사망 이후 사고 보상금, 보험금, 철거 보상금, 유산 문제 등 분쟁이 시작됐다.

쉬리는 법적 배우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쉬톈의 가족은 결혼이 '가짜'라며 그녀와 남동생이자 쉬리의 연인이었던 쉬충을 상대로 맞소송을 냈다.

법정에서 쉬톈의 어머니는 결혼이 철거 보상금을 위한 형식적 절차였다고 주장했지만, 쉬리는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중국 법은 중혼, 근친혼, 법적 혼인 연령 미달의 경우에만 결혼을 무효로 인정한다.

결국 법원은 결혼이 유효하다고 판결하며 쉬리에게 일부 보상금과 재산 상속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쉬톈의 어머니는 결혼 무효를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중국에서는 결혼을 통해 정부 보상금을 받는 행위가 사기로 간주될 수 있으며, 유죄 판결 시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 SNS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한 네티즌은 "혼인신고를 했다면 법적으로 유효하다. 쉬톈 가족이 꼼수를 쓰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쉬톈과 연인이 10년간 부자 행세를 하며 관계를 숨겨야 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진짜 관계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가짜 결혼이 인정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적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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