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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이대인·강동오 교수와 고대안산병원 심혈관센터 김선원 교수 연구팀이 단 한 잔의 소량 음주도 심장 건강, 특히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심혈관 건강에 있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음주량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알코올 섭취→산화 스트레스·염증 반응→뇌·신경계·호르몬 조절 변화→장기 손상
◇'한 잔'만 마셔도 심방세동 위험 증가…폭음하면 위험도 급격히 상승
질환별로 연구한 결과, 소주 한 잔 수준의 소량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당 소주 6~7잔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비음주자 대비 약 8% 높았다.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심방세동 위험은 비례적으로 상승했으며, 특히 소주 1병을 초과하는 폭음은 위험을 급격히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러한 음주로 의한 심방세동 발생 증가는 색전성 뇌졸중과 심부전 등 심혈관 사건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의 제 1저자인 이대인 교수는 "심방세동은 뇌졸중, 심부전, 돌연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으로, 평소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며,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있거나 이미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 소량의 음주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데 큰 학문적·임상적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인은 더 취약…술에 약한 유전자 가진 경우 한 잔도 위험
연구팀은 유전적 배경에 따른 영향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아시아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이른바 '술이 약한 체질'과 관련된 ALDH2 및 ADH1B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동일한 음주량에서도 체내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높게 유지되며, 이로 인해 혈관 염증과 심장 전기 전도 이상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는 심장의 전기적 신호 전달 체계를 교란하고 심방 조직의 염증과 섬유화를 촉진해 부정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이는 체질적으로 술이 약한 사람의 경우 소량의 음주라도 위험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구에서 음주 관련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12g (소주 1.5잔)을 초과할 경우 고혈압 발생 위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으며, 이러한 연관성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한 폭음은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 위험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음주 관련 사망 위험이 더욱 두드러졌다. 주 1회 이상 50g (소주 1병)을 초과하는 과음·폭음 습관 역시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 김선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음주가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섭취량 기준으로 판단하던 기존 관점을 넘어, 개인의 유전자적 특성, 기저 질환, 음주 패턴에 위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강동오 교수는 "연구 결과는 향후 국내 음주 가이드라인 개정은 물론, 고위험군 관리 전략 수립과 환자 맞춤형 예방·치료 정책 마련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Exploring the complex interplay between alcohol consumption and cardiovascular health: Mechanisms, evidence, and future directions (알코올 섭취와 심혈관 건강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 기전, 근거, 그리고 향후 방향)'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Trends in Cardiovascular Medicine (2024 JCR IF 9.0, 분야별 상위 7.1%)에 초청 리뷰(invited review) 형태로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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