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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한국을 지칭하는 '조선'(朝鮮)을 붙여 '지옥과 같은 한국'이라는 뜻이 담긴 용어가 널리 쓰였다. 2014년 갑자기 퍼지기 시작하더니 2~3년 만에 유행어로 올라섰다. 급속히 번진 데는 2014년 4월 생때같은 학생들의 희생을 부른 세월호 참사가 한몫하기도 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에서 2022년 기준 만 15세 청소년들의 삶 만족도는 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인 30위에 머물렀다. 건강, 학습, 주거환경 등 아동·청소년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측정한 결과다.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이 최대 5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고독사 사망자 2만1천897명 중 74.8%가 40~60대에 집중됐다. 50대가 31.1%로 가장 많았고, 60대(27.9%)와 40대(15.8%)가 뒤를 이었다.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해야 할 나이에 실직, 가족관계 단절 등 복합적인 위기를 겪으며 사회적 관계망에서 이탈하는 중장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곳곳 젊은이들이 K-드라마, K-팝, K-뷰티, K-푸드에 열광하면서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꼽는 한국에서 젊은이들은 정작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양상이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선호와 삶의 질로 연결되는 생활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지만 탈출을 꿈꾸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통령 업무보고가 이어지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청년 도약계좌, 벤처·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돼 있다. 하지만 헬조선과 같은 고통스런 아우성이 다시 들릴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민 중심의 불편부당한 정책 추진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
hsh@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