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은행 가계대출 빙하기…명목성장률 절반 2% 증가 목표 제시

기사입력 2025-12-21 08:55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2025.4.2 seephoto@yna.co.kr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 속에 연말 은행권이 사실상 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올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분은 목표보다 7% 이상 적은 상태다.

더구나 은행이 내년에도 부동산 수요 억제나 생산적 금융 확대 등의 측면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제 규모(물가 반영)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억제할 가능성이 커졌다.



◇ 연말 셧다운에 5대銀 가계대출 증가목표 7% 미달…일부 -43%도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올해 들어 이달 18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4천68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이들 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8조690억원)보다 7.4% 적다.

당국은 앞서 6·27 대책 발표 당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올해 초 설정했던 규모의 약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축소된 새 수치를 제시했는데, 연말까지 불과 열흘여 남은 현재까지 불어난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든 목표보다도 7% 이상 적다는 뜻이다. 하반기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5개 은행 가운데 2개 은행만 자체 개별 목표를 초과한 상태다. 초과율은 A 은행이 33.6%, B 은행은 18.9% 수준이다. 나머지 3개 은행은 각 목표보다 43.4%, 17.2%, 17.5% 적어 총량 관리에 성공했다.

지난달 NH농협을 뺀 4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모두 관리 목표를 넘어서자, 사실상 이들 은행이 가계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대출 상환만 받은 결과다.

지난달 말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고, KB국민은행은 지난 4일부터 연내 실행 예정인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까지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현재 은행권의 대출모집인(상담사)을 통한 가계대출, 대출과 연계된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등도 상당 부분 막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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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초과 상황(단위:억원, %)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은행 자료 취합(정책대출 제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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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실제 가계대출 증가 │초과율 │

│ │ 관리 목표 │규모(12.18 기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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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 합 │ 80,690│ 74,685│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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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은행 초과율 │ A은행 33.6 / B은행 18.9 / C은행 -17.2│

│ │ D은행 -17.5 /E은행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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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가계대출 성장률 2%안팎 제시…명목성장률 예상치의 절반

이처럼 높아진 가계대출 문턱은 내년에도 크게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C 은행은 최근 금융 당국에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로 2%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당국과 협의를 통해 내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최종 목표가 정해지겠지만, 대부분 은행의 실무 부서가 2% 안팎에서 증가 목표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각 은행은 해마다 연말 당국에 다음 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물가 상승 폭까지 반영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 수준에서 제시해왔고, 당국도 '명목 GDP 성장률 이내' 관리를 당부하며 목표를 은행권과 조율해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전망한 내년 명목 GDP 성장률은 4.0%로, 한은의 내년 실질 GDP 성장률 예상치(1.8%)의 약 두 배 수준이다. 2% 이상의 전반적 물가 상승률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2026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의 절반인 2% 수준으로 억제하겠다고 정부에 약속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년에는 대체로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에 맞췄는데, 내년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가계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은행도 성장률보다 낮은 2% 안팎으로 당국과 협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부동산 위주의 가계대출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기업 대출을 강조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높게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포용적·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강화해야 한다"며 "영업 행태를 보면 우리는 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땅이나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먹는 것이 주축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래는 기업 영역, 생산적 영역에 돈이 흘러가야 하는데 이게 전부 민간 소비 영역에 다 몰려 있다는 것"이라며 "시정을 좀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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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단위: 억원)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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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 7월말│ 8월말 │ 9월말 │ 10월말 │ 11월말 │12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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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대출 │ 7,589,734│ 7,628,985│7,640,94│7,666,21│7,681,34│7,682,76│

│ 잔액 │ │ │ 9│ 9│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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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월비 │ 41,386│ 39,251│ 11,964│ 25,270│ 15,125│ 1,423│

│ 증감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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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담대 │ 6,039,702│ 6,076,714│6,089,84│6,106,46│6,112,85│6,110,24│

│ 잔액 │ │ │ 8│ 1│ 7│ 0│

├─────┼─────┼─────┼────┼────┼────┼────┤

│ 전월비 │ 45,452│ 37,012│ 13,134│ 16,613│ 6,396│ -2,617│

│ 증감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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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대출 │ 1,039,687│ 1,040,790│1,038,07│1,047,33│1,055,64│1,060,94│

│ 잔액 │ │ │ 9│ 0│ 6│ 8│

├─────┼─────┼─────┼────┼────┼────┼────┤

│ 전월비 │ -4,334│ 1,103│ -2,711│ 9,251│ 8,316│ 5,302│

│ 증감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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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가계대출 하루 79억만 늘어 '정체'…주담대 1년9개월만에 뒷걸음

연말 은행권의 '셧다운' 여파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8일 현재 768조2천767억원으로, 이달 들어 1천42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증가액(+79억원)이 11월(+504억원)의 약 6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611조240억원)의 경우 전월 말(611조2천857억원)과 비교해 2천617억원이나 줄었다.

아직 월말까지 13일 남았지만, 최종적으로 이달 주택담보대출 역(-)성장이 확정될 경우 2024년 3월(-4천494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대로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이미 5천302억원(105조5천646억원→106조948억원) 더 늘었다. 일평균 증가 속도(+294억원)도 11월(+277억원)보다 빠르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wisefool@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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