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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약물 투여 없이 초음파의 기계적 에너지만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을 분쇄하고 제거하는 기술을 입증했다. 기존 표준치료인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비침습적 치료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최전선에 있는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의 항체치료제는 면역 단백질(항체)이 치매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에 달라붙어 면역 세포가 이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효과는 입증됐지만, 비용이 높다는 문제점과 뇌부종·뇌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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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수와 크기가 뚜렷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치료 후 혈중 아밀로이드 농도가 약 66% 증가했는데, 이는 뇌에서 분해된 아밀로이드가 혈류를 통해 배출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후 연구팀은 이렇게 초음파를 조사한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인간 유래 신경모세포주 SH-SY5Y에 투여해 독성 변화를 관찰했다. SH-SY5Y는 인간의 신경세포와 생물학적 특성이 매우 유사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 질환 연구에 널리 쓰이는 세포다. 실험 결과, 일반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투여했을 때 82%였던 세포 생존율이, 초음파 처리를 거친 응집체를 투여했을 때는 90%까지 높아졌다. 이는 초음파가 단백질 덩어리를 물리적으로 분쇄함으로써 독성을 완화했음을 의미한다.
김재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이나 수술 없이 초음파의 기계적 에너지만으로 뇌 내 병리적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면서 "이 기술은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파킨슨병을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의 핵심 기술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환자 맞춤형 초음파 치료 프로토콜을 개발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난치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SCIE급 국제 저명 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IF 13.3) 2026년 1월호에 게재가 확정됐다. 또한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선정하는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BRIC은 피인용지수(IF) 10 이상이거나 해당 분야 상위 3%에 속하는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낸 연구자를 한빛사로 선정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중견연구사업 및 중점연구소지원사업, KIST 기관고유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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