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 한달 스타링크, 바다는 '쾌속' 육지는 '글쎄'

기사입력 2026-01-04 08:37

스페이스x 스타링크 홈페이지 [스페이스x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위성전파·통신 기술 컨퍼런스에서 스타링크 위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2024.11.20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KT SAT은 미국의 항공우주회사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겠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스타링크 위성통신 서비스 이미지. 2023.11.29 [KT=스타링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UPI=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저궤도 위성통신 '스타링크'가 한국 땅을 밟은 지 4일로 딱 한 달이 됐다.

초반 성적표는 극명하게 갈렸다.

망망대해를 오가는 해운업계와 통신 두절이 곧 재난인 대형 빌딩·항공 등 기업 시장(B2B)에서는 '게임 체인저'로 환대받았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망이 깔린 일반 소비자 시장(B2C)에선 예상대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모양새다.

◇ "하늘 위 기지국"…왜 기업들은 스타링크에 열광하나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한 방'은 고도(高度)에서 나왔다.

지상 3만6천km 상공에 떠 있는 기존 정지궤도(GEO) 위성과 달리, 스타링크는 300~1천500km의 낮은 궤도(LEO)를 도는 소형 위성 수천 기로 지구를 촘촘히 감쌌다. 기지국 역할을 하는 위성이 머리 바로 위까지 내려온 셈이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데이터 전송 지연 시간(레이턴시)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기존 위성통신이 신호 왕복에 수백 ms가 걸려 '3G급' 답답함을 줬다면, 스타링크는 20~40ms 수준으로 끊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체감 품질은 LTE(4G)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국내 지상망의 LTE 평균 속도(약 178Mbps)나 5G, 기가 인터넷 같은 '절대 속도'에는 못 미치지만, 위성 통신 기준으로는 혁신에 가깝다.

이 기술적 우위가 B2B 시장의 지갑을 열었다.

SK텔링크는 SK해운 전 선박과 팬오션에, KT샛은 선박관리기업 KLCSM 및 롯데물산과 잇따라 손잡고 위성통신 포트폴리오에 스타링크를 심었다.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곳은 해운업계다.

과거 선박에선 카카오톡 텍스트 하나 보내는 데도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스타링크 도입 후 선원들이 유튜브를 보고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는 '디지털 복지'가 가능해졌다. 입항 때마다 대용량 서류 전송 탓에 겪던 '로딩 지옥'에서도 탈출해 업무 효율까지 잡았다는 후문이다.

롯데물산이 롯데월드타워에 스타링크를 들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단순 사무용이라기보다 지진·화재 등 대형 재난으로 지상망이 '블랙아웃' 됐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생명선을 확보했다는 상징성이 크다.

항공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초기엔 "검토 중"이라며 신중론을 폈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한진 계열 5개 사는 최근 스타링크 기반 기내 와이파이 도입을 확정 지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항공사는 2026년 이후 장거리 노선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띄울 예정이다. 바다에 이어 하늘길에서도 '스타링크 효과'가 가시화되는 셈이다.

◇ 속도는 합격, 요금은 숙제…현실은 '하이브리드'

문제는 '돈'이다.

품질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장빗값과 월정액 요금이 만만치 않다. 모든 통신 구간을 스타링크로만 채우기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하이브리드 운용'이다.

평소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정지궤도 위성을 쓰다가,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나 실시간 소통이 필요할 때만 스타링크를 켜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선 '필수 구간엔 프리미엄(스타링크), 나머지는 알뜰형(기존 위성)'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확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항공사의 기내 와이파이 경쟁이 본격화된 데다, 정부 재난망이나 물류·에너지 기업들이 잇따라 백업망 도입을 문의하고 있어 특수 목적 B2B 수요는 우상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 8만7천원 vs 기가 인터넷…B2C 확산 막는 '가성비의 벽'

반면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매력은 아직 냉랭하다. '인터넷 강국'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다.

도심은 물론 시골 마을까지 광케이블과 5G가 촘촘히 깔린 한국에서, 굳이 비싼 위성 인터넷을 쓸 유인이 없다. 스타링크 주거용 요금제는 월 8만7천 원 선. 여기에 위성 안테나와 라우터 등 초기 장비 구매비만 55만 원이 든다.

월 2만~3만 원대면 500Mbps~1Gbps급 속도를 펑펑 쓸 수 있는 국내 아파트 인터넷 환경과 비교하면 '가성비'에서 상대가 안 된다.

도서·산간 오지나 무인도 같은 통신 사각지대가 아니라면 일반 가정이 지갑을 열 이유는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타링크의 한국 대중화 전제 조건으로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D2C)'을 꼽는다. 별도 안테나 없이 스마트폰이 직접 위성과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스타링크는 미국 등지에서 D2C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지만, 한국 상륙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용 칩셋 생태계 구축부터 까다로운 국내 주파수 인허가, 이통사와의 파트너십까지 난제가 수두룩하다. 현재로선 한국 출시 일정조차 안갯속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스타링크는 촘촘한 지상망 탓에 B2C보다는 해상·항공·재난망 등 확실한 니즈가 있는 B2B 시장에서 덩치를 키울 것"이라며 "진정한 대중화는 단말기 가격 파괴와 D2C 기술이 국내 규제 문턱을 넘는 시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inzz@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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