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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은 연탄으로 버텨…"거동 못하면 누가 갈아주나"
지하보도에는 노숙인 4명이 박스와 우산, 침낭 등을 뒤집어쓰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말을 걸자 힘겨운 듯 눈조차 뜨지 않고 손을 내저었다. 주변엔 플라스틱 소주 한 병과 종이컵이 나뒹굴었다. 8년간 서울역에서 생활했다는 A(69)씨는 "따뜻한 데도 없고 그냥 여기 있다. 추운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정오께가 되자 일부 노숙인은 하나둘 볕이 잘 드는 서울역 광장 계단으로 이동했다. 기자가 몇몇 노숙인에게 핫팩을 하나씩 건네자 금세 여러 사람이 몰려오기도 했다. 노숙 생활 10일 차라는 김모(55)씨는 "저녁에는 (서울역) 지하가 꽉 찬다. 그것도 텃세가 있어서 경쟁이 심하다"면서 "2월 초부터 더 춥다는 데 그게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시간 한 교회가 인근에 만든 '드림씨티 노숙인센터'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약 30명이 추위를 피해 옹기종기 모이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 대부분은 눈을 감고 추위로 쌓인 피로를 내려놓았다.
중국 동포 김기봉(64)씨는 "남구로역에서 열흘을 지냈고, 서울역으로 온 지는 일주일 정도 됐다"며 "원래는 노가다했는데 다리를 다쳤다. 돈도 다 써버려서 밖에 나다니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추워서 밖에 있는 게 너무 힘들다. 온몸이 덜덜 떨린다"며 고개를 저었다.
비슷한 시간, 영등포 영등포동 쪽방촌 골목도 뼈까지 시린 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정비사업 첫 대상지로 선정돼 상당수 주민이 퇴거하며 골목의 냉기를 한층 더했다.
이곳에서 만난 우태일(64)씨는 "저도 노숙자로 여기 들어왔다가 나간 지 6년 됐다"며 "서울시 지원으로 이 동네가 (난방이) 크게 어렵진 않지만, 거동을 아예 못 하는 사람도 있어서 연탄을 갈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6년째 연탄을 갈아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는 우씨는 "오늘같이 추운 날에 연탄을 갈아주지 않으면, 정말 누구 하나 큰일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쪽방에 누운 채 TV를 보던 이강휴(86)씨는 "올겨울이 진짜 춥다. 연탄 없으면 버티지도 못한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2yulrip@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