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영월 옆 '단양-제천'…걷기만 해도 깨어나는 감성

기사입력 2026-03-05 15:01


'왕사남' 영월 옆 '단양-제천'…걷기만 해도 깨어나는 감성
◇단양의 도담삼봉은 정도전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곳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영월이 인기여행지가 됐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인기가 컸다. 어린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 인근의 단종이 묻힌 장릉을 찾는 이가 늘었다. 스크린의 힘은 강력했다. 수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몰리다 보니 어디를 가나 기다림의 연속이다. 뭍과 섬 같은 청령포를 잇는 배의 탑승 시간은 3분이지만,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그나마 넓은 장릉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영월엔 청령포와 장릉 외에 볼거리가 많다. 우주에 온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요선암, 선돌, 물우리골 생태습지 등이 손꼽힌다. 영월은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호젓하게 걷는 재미를 간직한 곳이었다. 영월을 즐기기 위한 기다림이 길어진 지금, 시간을 나누어 보다 알차게 여행할 방법은 없을까. 영월 옆 단양과 제천이 있으니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좋다.

영월은 강원도, 제천과 단양은 충청북도에 속한다. 이동을 위해선 지역 경계를 넘어야 한다. 지자체 관광 공무원에게 도, 군 단위 경계는 매우 중요하다. 겉으론 서로 잘되면 좋다고 호탕한 웃음과 함께 '같은 식구'라고 하지만 속으론 혹시나 자신이 속한 지역 유입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움이 읽힌다. 반면 여행객으로선 여행을 한 김에 여러 곳을 둘러보길 원한다. 주요 여행지를 소개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다. 그럼에도 영월 옆 제천과 단양을 소개하는 건 세 곳이 만들어 낸 시너지는 여행지 분산이 아닌, 재방문으로 이어질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왕사남' 영월 옆 '단양-제천'…걷기만 해도 깨어나는 감성
◇단양 도담삼봉 인근에는 도담정원이 있고, 잘 가꿔진 길을 따라 강 주변을 산책하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단양 도담삼봉, 온달 관광지

차로 40분 남짓. 충북 단양은 강원도 영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영월을 찾은 여행객, 단양을 찾은 여행객은 서로 다른 두 곳의 각기 다른 매력을 함께 즐기는 게 가능하다. 최근 영월에 수많은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숙박시설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

단양은 과거 내륙 여행의 일번지였다. 지금의 명성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렇다고 관광지로서 가치까지 낮아진 건 아니다. 단양의 가장 큰 즐거움은 주요 여행지마다 숨겨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단양 1경으로 꼽히는 도담삼봉. 단양을 가로지르는 강 중심에 떡 하니 솟은 돌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단양의 도담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왔다고 전해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정선군에서는 단양까지 흘러 들어온 삼봉에 대한 세금을 부당하게 요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어린 소년이었던 정도전이 기지를 발휘해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오라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어 아무 소용이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주장해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고 한다. 정도전은 훗날 호를 삼봉이라고 지을 정도로 도담삼봉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도담삼봉 인근에는 도담정원이 있다. 도담삼봉유원지 건너편에 있으며, 사계절 꽃이 핀다. 도담삼봉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선상유람을 추천한다. 단양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 중에서는 장회나루가 대표적이다.


'왕사남' 영월 옆 '단양-제천'…걷기만 해도 깨어나는 감성
◇단양의 온달관광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온달관광지 내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 모습. 사진=김세형
단양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 있다. 온달관광지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테마로 한 곳이다. 온달관광지는 연개소문, 천추태후, 태왕사신기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온달오픈세트장과 석회암 천연동굴인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 온달장군이 전사한 곳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온달산성(사적 제264호)으로 구성됐다.


온달관광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떡 벌어진 풍채를 자랑하는 드라마 세트장이 눈길을 끈다. 세트장을 둘러보다 보면 역사 드라마 촬영 당시 사용된 의상 등의 소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왕사남' 영월 옆 '단양-제천'…걷기만 해도 깨어나는 감성
◇단양의 온달관광지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식 가구를 재현해 놓은 세트장도 있다. 사진=김세형
온달산성은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고구려와 신라의 전투가 치열했던 전적지이기도 하지만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삼국시대에 축조한 산성으로 길이 683m, 최고 높이 10m, 두께 4m이다. 온달산성에서는 남한강, 소백산, 태화산을 호쾌하게 굽어볼 수 있다. 성안에서는 기와나 토기 조각 같은 삼국시대 유물이 출토됐고, 빗물을 가둬 사용한 우물터가 남아 있다. 성벽 바깥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배수구가 있다. 온달관광지에서 온달산성까지는 잘 정비된 계단을 30분 정도 오르면 된다.

산길을 오르는 데 부담스럽다면 온달동굴을 방문하는 게 좋다. 약 4억 5000만 년 전부터 생성되어 온 것으로 추정되는 온달동굴은 주굴과 지굴의 길이가 760m인 석회암 천연동굴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오랫동안 동굴 안을 오가던 원시의 바람이 상쾌하게 몸 안으로 밀려들고 신비로운 자태의 종유석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왕사남' 영월 옆 '단양-제천'…걷기만 해도 깨어나는 감성
◇청풍호반케이블카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호는 굽이진 물길을 따라 늘어 선 산이 장관을 이룬다. 사진=지엔씨21
제천 청풍호, 배론성지

제천은 영월과 단양의 중간 부분에 있다. 세 지역을 점으로 이으면 삼각형 모양이 된다. 도와 군 경계는 넘어야 하지만 세 지역 간 이동 거리는 차로 30~40분 정도다. 제천은 청평호를 중심으로 한 호반의 도시다. 청평호는 1985년에 준공된 충주댐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청풍호가 자리한 곳에 흐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은 파수(巴水)였다. 청풍 사람들은 이 파수를 청풍강이라 불렀다. 제천시의 담수 면적은 발간 서적마다 수치상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48㎢로서 호수 전체 면적의 약 51%를 차지하고 있다.


'왕사남' 영월 옆 '단양-제천'…걷기만 해도 깨어나는 감성
◇제천 의림지는 과거 수리시설이었지만, 지금은 유원지로서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청풍호 주변에는 제천에서 그 풍광을 자랑할 만큼 빼어난 곳들이 산재해 있다.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비봉산과 청풍면의 진산인 인지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한강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이 있다. 이 외에도 동산, 대덕산, 부산, 관봉 등의 명산들이 청풍호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로는 청풍호 활공장, 정방사, 옥순대교 전망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더 넓게 청풍호를 눈에 담을 수 있다. 청풍호 외에도 제천하면 떠오르는 곳이 의림지다. 축조된 명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구전에는 신라 진흥왕 (540~575)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에 서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이 못의 시초라 전해진다. 현재는 수리시설보다는 유원지로서 이미지가 강하다.


'왕사남' 영월 옆 '단양-제천'…걷기만 해도 깨어나는 감성
◇배론성지는 천주교 성지이지만 잘 가꿔진 나무와 특유의 묘한 분위기, 한옥과 천주교의 조화 등이 묘한 매력을 자랑한다. 사진=김세형
제천을 방문하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있다. 배론성지다. 배론 성지는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로 천주교사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성지다. 신유박해(1801)때 많은 천주교인이 배론 산골로 숨어들어 살았는데 그들은 옹기장사로 생계를 유지했다. 황사영이 당시의 박해상황과 천주교 신도의 구원을 요청하는 백서를 토굴 속에 숨어 집필한 곳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성 요셉 신학교가 소재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에 이어 두 번째 사제가 된 최양업 신부의 묘도 여기 있다. 황사영이 백서를 썼다는 토굴과 옛 모습대로 재현한 신학교 등이 잘 복원 돼 있으며, 정원과 잔디밭도 예쁘게 꾸며져 종교와 상관없이 산책 겸 들러보기 좋다. 최양업 신부 기념성당, 한옥 누각성당인 배론본당,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의 길, 피정의 집, 조각공원, 문화영성연구소 등이 들어서 있다. 숲속으로 난 '십자가의 길'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의 과정을 묵상하는 길이다. 배론성지의 십자가의 길은 뒷산, 숲속을 지나도록 만들어졌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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