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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20일은 세계치과연맹(FDI)이 지정한 '세계 구강보건의 날'(World Oral Health Day)이다. 또 3월 24일은 대한치주과학회가 제정한 '잇몸의 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치아와 잇몸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치아를 오래 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구강 건강이 노쇠를 늦추고 건강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구강보건 및 예방치과학'(Oral Health & Preventive Dentistry) 최근호에 따르면 고려대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8년)에 참여한 성인 1만3천616명을 분석한 결과, 치아가 8개 이상 빠진 사람은 치아가 하나도 빠지지 않은 사람보다 암을 앓고 있을 확률이 1.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와 서울시보라매병원 연구팀이 2009년 구강검진을 받은 성인 384만5천280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프로그레스'(Science Progress)에 발표한 논문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 연구에서는 치아 상실이 있는 그룹에서 각종 암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암종별 발생 증가율은 대장암 13%, 간암 9%, 위암 8%, 폐암 4%였다. 치은염이 있는 경우에도 간암과 대장암의 발생 위험이 각각 8%와 7% 증가했다.
특히 50세 이상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 치아 상실이 전체 암 발생 위험을 18%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강 건강과 암을 잇는 핵심 고리는 만성 염증이다.
치주염은 세균성 플라크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만성 염증 질환이다. 문제는 이 염증이 입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염증 매개 물질이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서 면역 기능을 약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 발생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치주염 환자의 암 유병률이 더 높은 경향이 관찰됐으며, 치아 상실이 많을수록 그 연관성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암 자체 또는 치료 과정이 구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역방향 인과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면역억제 상태나 항암치료가 구강 건강을 악화시키고 치아 상실을 촉진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구강 건강이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를 넘어 온몸 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치아가 빠지는 현상을 단순 노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구강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결국 일상 속 관리다.
고려대 연구팀의 분석에서는 칫솔질 빈도에 따른 암 유병률 차이가 뚜렷했다. 하루 3회 미만으로 이를 닦는 사람의 암 유병률은 3.2%로, 하루 3회 이상 칫솔질을 하는 사람(2.2%)보다 높았다. 하루 3회 이상 칫솔질을 하는 경우, 3회 미만인 경우보다 암 유병 가능성이 30%가량 낮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위생 습관 차이를 넘어 구강 관리 수준이 온몸의 건강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임지준 회장은 "치아 상실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온몸 건강의 경고 신호로, 초고령사회 속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개인과 국가가 모두 구강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치아 한 개의 가치는 약 3만달러(약 4천500만원)에 달하고, 건강수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평소 올바른 칫솔질과 치태 관리만으로도 치주질환뿐 아니라 폐렴, 치매 위험까지 낮출 수 있는 만큼 국가적인 구강건강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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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