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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의 창] "몽골에 기술만 가져오세요. 나머진 우리가 모두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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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사업 추진위원회 한국사무소에서 이성욱 위원장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 4. 9. phyeonsoo@yna.co.kr
(고양=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사업 추진위원회 한국사무소에서 이성욱 위원장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 4. 9.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 및 식품클러스터 사업 간담회에서 에르덴솜 측 관계자와 국내 기업인들이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서 네 번째가 이성욱 위원장. 2026. 4. 1.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 및 식품클러스터 사업 간담회에서 에르덴솜 측 관계자와 국내 기업인들이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서 네 번째가 이성욱 위원장. 2026. 4. 1. phyeonsoo@yna.co.kr
2024년 7월 몽골 바양골 농축산 시범농장을 방문한 자담바 헨흐바야르(왼쪽서 2번째) 제1부총리 겸 식품농업부장관과 이성욱(왼쪽서 3번째) 위원장.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 추진위원회 제공]
2024년 7월 몽골 바양골 농축산 시범농장을 방문한 자담바 헨흐바야르(왼쪽서 2번째) 제1부총리 겸 식품농업부장관과 이성욱(왼쪽서 3번째) 위원장.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 추진위원회 제공]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 추진위원회 제공]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 추진위원회 제공]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 추진위원회 제공]
[몽골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 추진위원회 제공]

"땅·물·인력·전기·통신은 우리가 모두 준비하겠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과 종자, 운영 노하우만 가져오시면 됩니다. 생산된 것은 100% 구매하겠습니다."

몽골에서 26년째 사업을 일궈온 이성욱 에르덴솜 농공단지 조성사업 및 식품클러스터 추진위원장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 만나 "리스크 제로" 모델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몽골 기간통신망을 구축한 통신 전문가에서 이제는 스마트 농공단지 설계자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위원장은 KBS 등 방송국의 해외 위성 수신 설비를 담당하고, 일본 기업과 위성 송출국뿐아니라 인터넷과 케이블TV 통신망을 구축한 1세대 엔지니어 출신이다.

2000년 몽골에 첫발을 디딘 후 "몽골에서도 위성과 통신이 꼭 필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2003년 울란바토르에 정착했다.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을 비롯해 340km 구간의 광케이블 기간망을 최초로 구축하며 한국인 해외 기간망 사업자 1호 기록을 세웠고, 몽골 최초 한인 방송국도 설립했다.

그가 이제 손대는 것은 '팜 SOC(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다. 기반 인프라를 완비해 한국 기업의 진출 장벽을 없애고, 몽골 청년들에게 한국 기술을 전수해 몽골을 변화시키는 일생일대 사업이다.

"통신이 없으면 스마트팜은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통신 인프라와 경험을 이제 농업에 접목하려 합니다."

그는 울란바토르에서 370km 떨어진 곳에서 4년간 시험 농사를 지으며 한국 종자(토마토·호박·무·옥수수·배추 등)가 몽골 땅에서 잘 자란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그러나 거리와 교통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울란바토르에서 남서쪽으로 70km 떨어진 에르덴솜으로 거점을 옮겼다.

"에르덴솜은 연간 20만~30만 명이 찾는 테를지 국립공원을 품고 물이 풍부한 천혜의 입지입니다. 관광 수요와 공항 및 울란바토르 도심과의 접근성, 통신 환경까지 갖춰 '스마트팜 농공단지' 최적지로 판단했죠."

에르덴솜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은 몽골 최초 무상교육시스템을 도입한 기술자 양성 전문대학인 폴리테크 대학이다.

이 위원장은 "60년 전통의 이 학교 학생들이 한국 기술자로부터 3~6개월간 교육을 받고, 이후 지역 주민들을 가르치는 산학협력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키운 작물은 에르덴솜 브랜드로 포장해 출하된다"고 말했다.

국내 협력 파트너로는 우선 충북도와 진천군을 선택했다. 청주국제공항~울란바토르 직항 노선(주 3회)이 열리면서 물류 여건이 크게 개선된 점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0월 진천군·에르덴솜군과 농공단지 조성 협력 의향서를 교환했다.

기업들의 반응도 뜨겁다. 현재까지 충북도 내 8개 기업이 협약을 체결했거나 참여 의향을 밝힌 상태다.

이 위원장이 내세우는 '에르덴솜 팜 SOC'의 특징은 진입 장벽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가 기업에 약속하는 다섯 가지는 토지·건물, 인력, 용수, 전기, 통신이다.

토지는 폴리테크 대학과 에르덴솜군이 보유한 약 150만㎡(45만 평)을 확보했다. 이 중 1단계 사업에는 약 49만5천㎡(15만 평)을 제공한다. 인력은 대학생 520명과 노동 가능 지역 주민 370명 등 약 900명의 인력 제원을 갖췄다.

용수는 세 곳의 관정을 이미 개발했고, 전기는 군이 끌어다 놓았다. 통신은 관광 특화 지역 특성상 기존 망이 우수한 데다, 2023년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도 개통됐다.

이 위원장은 "기업은 기술과 종자, 운영관리 노하우만 가지고 오면 되고, 생산물은 전량 구매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인과 기술자의 숙식을 위해 폴리테크 대학 내 기숙사 시설을 활용할 계획이고, 한국기업 연수 체류 비자를 통해 비자 문제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시설 역시 현지화한다. 몽골 기후에 최적화된 '태양광 게르형 스마트팜'이다. 전통 가옥 '게르' 원형 구조를 활용한 스마트팜은 난방과 채광·보온·환풍 효율이 높아 현지 기후 실정에 맞다.

그는 "한국의 대형 스마트팜은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전기료가 많이 들지만, 게르식은 건축비와 전기료 등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관리하기 쉽고, 생산성이 높아 현지 맞춤형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농공단지 안에는 김치 공장도 들어선다. 현지에서 배추를 재배하고, 물만 부으면 바로 버무릴 수 있는 분말 양념을 한국에서 들여와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1차 목표 수출 시장은 러시아다. 러시아인들이 한국 식품을 가장 선호하지만 직접 교역이 막혀 있어, 몽골을 거점으로 한 공급망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판단이다.

이 위원장은 몽골 축산의 고질적 문제로 '방목 의존'을 지목했다. 방목 가축은 성장이 느리고, 살이 붙지 않으며, 육질이 질겨 상품성이 낮다고 한다.

그의 해법은 도축 전 한 달 이상 가두리에서 사육하고, 현지에서 재배하는 작물로 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한경국립대 안성캠퍼스 교수진과 공동 개발을 협의 중이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지에서 몽골기업과 협업으로 흑염소 약 1천마리를 시범 사육 중이다. 향후 한국 토종흑염소와 수정 교잡으로 몽골특화 흑염소배양 연구도 추진 중이다.

이 위원장은 오는 6월 충북도와 진천군 기업들의 현지답사가 사업의 가속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년 넘게 몽골에서 사업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몽골 청년들을 한국 기술로 무장시키고, 한국의 식생활 문화를 보급해 몽골 국민이 건강하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낯선 땅에서 통신 인프라를 개척한 그가 이제 농업과 교육으로 몽골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그의 도전은 한류의 또 다른 얼굴, 재외동포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가는 한국 기술과 정신의 확산이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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