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일 집회 현장인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에서 대체 수송 차량의 출차를 막던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이 2.5t 차량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경찰이 22일 해당 차량 운전자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화물연대는 조합원 총집결령을 내려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 수위를 높였다. 결국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가 22일부터 교섭에 나섰지만, 화물연대는 최종 합의까지 물류센터 봉쇄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업계 최다 편의점 점포를 보유한 BGF리테일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9조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이번 갈등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름 넘은 파업…물류 봉쇄 vs 대체 수송 강행 '팽팽'
배송 기사 처우개선 및 운송료 현실화 등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는 경남 진주와 경기 화성·안성, 전남 나주 등에 위치한 CU 물류센터에 이어, 지난 17일부터는 충북 진천 BGF푸드 공장까지 봉쇄에 나섰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은 대체 생산·수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쟁점은 '노동 환경 개선'과 '직접 교섭'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맞물려 '원청(실질적 사용자)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를 계약관계뿐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기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을 '원청'으로 보고 직접 교섭을 요구했지만, BGF리테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측은 기사들이 사용하는 단말기(PDA), 배송 경로, 상차 시간, 편의점 검수 규정 등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사실상 BGF리테일이 결정하기 때문에, BGF리테일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이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의 물류 체계가 'BGF로지스→전국의 물류센터→각 지역의 운송사→개별 배송기사'로 계약이 체결돼 물품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사업 구조상 운송사와 개별 배송기사들의 근로 계약에 있어 원청인 BGF로지스는 제 3자로서 관여할 수 없을 뿐더러 사용자성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없는 상황이므로 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GF로지스는 BGF리테일이 100% 지분을 보유한 물류 전담 자회사로, 매출의 90% 이상이 BGF그룹 내부거래에서 발생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갈등이 물류비 급등으로 줄었던 수익성 회복 국면에서 불거진 구조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애도'의 뜻 밝힌 BGF리테일…BGF로지스가 교섭
여기에 노측의 물류 봉쇄와 사측의 대체 수송 강행이 맞선 상황에서 발생한 20일 사고는 논란을 증폭시켰다. 특히 화물연대가 21일 오후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운전자를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했으나, 이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로 변경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화물연대는 "사측이 무리하게 대체 차량 출차를 지시해 사고를 유발했다"며 총력 투쟁을 선언하고 21일 서울시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와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 등을 개최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총리실은 공식 배포한 자료를 통해 위로의 뜻을 전했고,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장을 방문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이번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해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애도와 함께 철저한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파업으로 인한 간편식 매출 타격 등 점주들의 피해를 호소했던 BGF리테일도 애도를 표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진주 사망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유족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표하며 회사도 예상치 못한 이번 일로 인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현재 원청인 BGF로지스 대표가 현장에 내려가 사태 수습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에 필요한 상황이 있다면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BGF리테일이 직접 교섭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2일 시작된 화물연대와의 교섭에는 BGF로지스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출 1위인 GS25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고 있던 CU로서는 이번 논란으로 화물연대와의 물류 갈등과 인명 사고로 인한 이미지 타격이 향후 브랜드 평판 및 점유율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만8711개의 CU 매장을 '보유'한 BGF리테일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9조 612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9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또한 2539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파업으로 인해 회사와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매우 큰 상황으로, 대체 물류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상품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점포 운영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원만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소형 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