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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강대국 민낯'…전쟁으로 드러난 미·중 '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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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DB]
[연합뉴스DB]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전쟁의 명분과 실제 목적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강대국들이 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전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진영과 옛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 진영 간의 극심한 대결을 '냉전'이라고 불렀다. 옛 소련이 무너진 뒤에는 미국과 중국이 이념보다 경제 패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을 '신냉전'이라고 일컫고 있다.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미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한 뒤 핵 개발 저지를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강조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핵사찰 허용과 핵 활동 제한을 제재 해제와 맞바꾸는 '핵 합의'를 이란과 맺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이란 제재에 다시 나섰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가속하자 마침내 공격에 나섰다.

미군은 이란 공격을 통해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파괴했다. 그러나 핵 개발을 주저앉힐 결정적인 고농축 우라늄 확보에는 실패했고, 이는 종전협상 의제로 넘겨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공포에 휩싸이자 미국은 파키스탄 중재로 종전협상에 나섰지만, 핵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군사적 우위가 곧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미국의 시간표대로 전쟁을 끝낼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을 수차례 번복하며 전쟁 종료 시점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미국이 '종전의 키'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강대국의 체면을 구긴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도 미국과 맞서는 진영의 리더 국가인지 의구심이 드는 행보를 보였다. 2020년대 들어 이란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중국은 미국의 이란 공격 후 "일어나선 안 될 전쟁"이라며 미국의 무력 사용을 비판하면서도 이란에 군사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하는 '확고한 결의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베네수엘라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최대 수입국일 정도로 밀접한 관계인데도 "국제법 위반"이라고 외교적 공세를 취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전쟁 지원 여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에 부담을 느낀다. '우방국의 어려움'에도 직접적인 개입 대신 외교적 지지나 중재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인 이유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주도해온 '글로벌 사우스'의 결속력이 강고하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을 공격한 데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과 연계된 에너지 공급망을 차단하거나 뒤흔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전쟁은 중국 견제 효과를 내기보다 '중국이 수혜자'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미국의 전략적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힘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세계가 소수가 아닌 여러 강국이 영향권을 형성하며 각축하는 '글로벌 전국(戰國)시대'를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이 분열 양상을 보이며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나 '서방 대 반서방' 등 이분법적 분석이 잘 통하지 않게 됐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안보와 경제가 복합적인 위기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더 복잡하고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거리를 둘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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