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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리듬 교정 앱, 우울증·조울증 재발 3분의 1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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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우울증과 양극성장애(조울증)는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더라도 상당수 환자가 다시 증상을 겪는 '재발'이 잦아, 재발을 막는 것이 치료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생체리듬'을 일상에서 교정해 주는 앱이 실제로 기분장애의 재발을 크게 줄인다는 사실을, 엄격하게 설계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해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 연구팀(제1저자 염지원, 정재권 교수)은 일주기 생체리듬 기반 디지털 치료 앱 'CRM(Circadian Rhythm for Mood)'의 다기관 임상시험 결과를 정신의학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인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했다고 밝혔다.

◇'증상 관리' 넘어 '재발 예방'…생체리듬 겨냥한 디지털 치료제

기분장애는 한 번 호전되어도 재발이 반복되며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부담을 준다. 약물은 증상 안정에는 효과적이지만 안정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 재발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보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이 개발한 CRM은 '생체리듬(일주기 리듬)의 불안정이 기분삽화를 유발한다'는 가설에 기반한다. 약 24시간 주기로 반복되는 생체시계가 흐트러지면 우울·조증 삽화가 촉발될 수 있는데, CRM은 이를 일상에서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삽화 발생 예측 알고리즘에는 전적으로 웨어러블·스마트폰으로부터 저절로 수집된 데이터만 활용된다.

구체적으로 CRM은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되는 활동량, 심박수, 수면 데이터와 스마트폰 광센서를 통해 측정되는 빛 노출 정보를 분석하여 향후 3일간의 기분 상태를 낮음·보통·높음 수준으로 예측한다. 또한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센서 데이터로부터 추정한 개인별 일주기리듬 지표를 바탕으로, 현재 시점에서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기상 시각, 빛 노출 시각, 활동 리듬 안정화 전략 등 맞춤형 행동 가이드와 알림을 제공한다. 즉, 매일 자동으로 측정되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공되는 개인 맞춤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환자가 보다 건강한 일주기 생활 패턴을 형성하고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재발 위험 약 3분의 1로↓…가짜앱과 비교한 '이중맹검' 임상시험

이번 연구는 고려대학교 안암·구로·안산병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부산대병원 등 전국 5개 대학병원에서 진행된 다기관·이중맹검·샴 대조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설계됐다. 연구팀은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로 진단받고 안정 상태를 유지 중인 성인 환자 93명을 실제 치료 기능이 있는 CRM 앱 사용군(47명)과 겉모습은 같지만 치료 효과가 없는 가짜 앱(샴 앱) 사용군(46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1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는 환자와 연구진 모두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돼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

분석 결과, 가짜 앱 사용군의 기분삽화 재발률은 CRM 앱 사용군보다 약 3.4배 높게 나타났다. 100명을 1년 동안 관찰했을 때 발생한 재발 건수는 CRM 앱 사용군이 41.1건이었던 반면, 가짜 앱 사용군은 139.3건에 달했다. 또한 재발되어 삽화가 지속된 기간도 가짜 앱 사용군이 더 길었으며, 첫 재발까지 걸린 시간은 CRM 앱 사용군이 유의하게 더 길었다. 이는 CRM 앱이 우울증과 양극성장애 환자의 재발을 줄이고, 재발시에도 빨리 회복시키며, 안정적인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우울삽화와 경조증삽화를 나눠서 분석할때도 전반적으로 CRM 앱 사용군에서 더 좋은 결과가 확인됐다. 다만 조증삽화는 발생 사례 자체가 매우 적어(4건)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 기간 동안 앱 사용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약물 보완 디지털 치료제 가능성 확인… 후속 연구로 기전 규명"

교신저자인 이헌정 교수는 "기분장애의 재발은 단순한 증상 재현이 아니라, 빛 노출과 활동이 얽힌 생체리듬의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CRM은 개인의 생활 패턴을 실시간 반영해 생체시계를 맞추는 방식으로, 약물치료를 보완하는 확장 가능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염지원, 정재권 교수는 "수동 센서 데이터만으로 생체리듬 표현형을 도출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 디지털 치료제를 이중맹검·샴 대조로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향후 개선된 UI/UX를 적용한 대규모 연구와 생체지표 기반의 작용 기전 규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CRM 앱은 고려대학교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 ㈜휴서카디안이 개발했으며, 이헌정 교수는 동사의 공동창업자다. 휴서카디안은 앱 플랫폼만 제공했을 뿐 연구 설계·데이터 수집·분석·해석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중소벤처기업부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왼쪽부터) 이헌정 교수, 염지원 교수, 정재권 교수
(왼쪽부터) 이헌정 교수, 염지원 교수, 정재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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