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여름은 무더위와 탈수로 인한 신장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계절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만성신장질환, 즉 만성콩팥병(CKD)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무더위 속 신장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만성콩팥병 유병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관련 연간 총 진료비 역시 2024년 기준 2조 8300억원 이상으로 단일 질환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신장학회는 한국인 만성콩팥병 환자는 신장 기능 악화 위험이 미국 코호트(CRIC) 환자에 비해 약 1.66배 더 높으며 말기 신부전까지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강남베드로병원 신장내과 이지연 과장은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경우 계절적 특성에 따른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여름철 신장 기능 저하 위험이 커질 가능성도 더 높다"고 설명했다.
◇7~8명 중 1명 '만성콩팥병'…신장 기능 떨어져도 초기 증상 없어
콩팥으로도 불리는 신장은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주요 장기다. 실핏줄로 구성된 수백만 개의 사구체 조직을 통해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고 혈액을 여과하는 것이 신장의 주 역할이다. 이를 통해 체액 및 전해질 균형 유지, 호르몬 조절 등의 역할을 담당하며 체내 항상성을 유지한다. 만약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손상이 확인된 경우 만성콩팥병으로 진단을 받게 된다.
만성콩팥병은 국내 인구의 7~8명 중 1명이 앓는 질환이며, 전세계적으로도 고령화에 따른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신장 기능의 감소 정도에 따라 정상에 가까운 1단계부터 투석을 고려해야 하는 5단계까지 나뉘어 있으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심혈관계 합병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말기 신부전까지 진행되면 및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적지 않으며 사망률도 크게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신장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초기에는 대부분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이지연 과장은 "소변 검사를 통한 단백뇨 검출 및 영상검사 등을 통한 이상 소견을 받기 전까지 신장 기능 저하를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성콩팥병 환자 중 실제로 신장 기능이 의미있게 감소하는 경우는 5~7% 수준이며, 환자의 단계 및 상태에 따라 위중도 및 치료의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그만큼 초기 단계에서 빠르게 질환을 발견하고 꾸준한 관리로 병의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당뇨와 고혈압은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이들 질환이 있을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칼륨 섭취 줄이고 개인별 수분 적정 섭취 지켜야
특히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것은 여름철 신장 건강 관리다. 여름철 폭염은 그 자체로도 만성콩팥병 환자의 신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지나친 더위는 탈수 및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고, 이뇨제 등 복용 약물의 영향까지 더해질 경우 이러한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지연 과장은 "폭염은 탈수를 통한 신장 혈류 감소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급성 신장 손상의 위험을 높이고 만성콩팥병 증상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며 "실제로 고온의 환경에서는 신장 질환 발생 및 관련 입원, 응급실 방문 등의 이환 위험도가 약 30% 증가한다는 메타 분석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한다.
더 큰 문제는 여름철 식습관이다. 특히 참외, 수박, 바나나 등 칼륨 함량이 높은 여름철 과일은 신장에 부담을 주고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만큼 섭취량을 반드시 조절해야 한다. 주스, 이온음료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습관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5g 이상 과도한 염분 섭취, 카페인 및 알코올 음료 섭취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신장 기능과 질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땀 배출이 늘면서 갈증 해소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물을 마시기 쉽지만, 만성콩팥병 환자는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나눠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질병관리청이 올 7월 초 발표한 폭염 대비 취약집단별 행동요령 역시 콩팥병 환자에게 개인별 적정 수분 섭취량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탈수 현상 지속, 소변량 및 색 변화, 극심한 피로감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단순히 더위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지연 과장은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경우 여름철 탈수와 신장 기능 악화 위험을 무엇보다 주의해야 한다"며 "무조건 물을 마시거나 보양식을 챙기기보다 의료진과의 상의를 통해 자신의 신장 기능과 질환 상태를 고려해 주의 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