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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 새로운' 안현수, 평창에서 여는 '특별한' 올림픽 제3 막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7-07-18 21:42



"15년이나 지났네요."

쇼트트랙의 진행형 전설, '빅토르 안' 안현수(32·러시아)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안현수는 어느덧 네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그는 200일 뒤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막내에서 맏형, 신인에서 올림픽챔피언으로 위치가 달라졌다. 환경도 달라졌다. 이제는 태극전사 안현수가 아닌 러시아 대표팀 에이스다. 생애 네 번째,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안현수의 감회가 새로운 이유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희망, 태극전사 안현수

2002년. 고등학생이던 안현수는 대표팀 막내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메달보다는 경험을 쌓기 위한 무대였다. 안현수는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은 시니어 첫 대회였다. 경험이 없었다. 올림픽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컨디션이 좋아서 경기에 나섰다"고 돌아봤다.

첫번째 올림픽의 기억은 짜릿했다.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는 "2002년 경험이 있었기에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독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토리노에서는 꼭 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4년의 노력은 금빛 결실을 맺었다. 그는 토리노 대회에서 남자 개인 1000m·1500m와 계주 5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현수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희망이었다.


▶시련, 안현수를 단단하게 붙잡은 힘

시련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전성기를 달리던 2008년, 안현수는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잠시 스케이트화를 내려놓았다. 그는 왼무릎 부상으로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재활은 더디고 느렸다. 당초 3~5개월이었던 재활은 해를 넘겨 이어졌다. 기나긴 재활을 견뎌낸 안현수는 재기를 노렸지만, 소속팀 해체라는 씁쓸한 현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결국 그는 러시아로 귀화, 제2의 쇼트트랙 인생을 시작했다.


낯선 타국생활. 그러나 안현수는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 대표로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 또 한 번 3관왕을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안현수는 "소치 대회는 부상에서 재기한 뒤 나간 올림픽이었다. 내가 다시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그런데 3관왕을 차지해서 나 역시 깜짝 놀랐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부상을 입었을 때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부상 뒤 재기하기까지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도 운동할 수 있는 것 같다. 힘들었지만 값진 시간이었다. 후배들이 나를 보며 '몸 관리만 잘하면 오랜 시간 운동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것 같다. 모범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치르는 '특별한' 올림픽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200일. 안현수는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과 한국체육대학교 실내빙상장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다. 그러나 예전과 비교해 많이 즐기면서 훈련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번 올림픽은 안현수에게 특별하다. 서른을 훌쩍 넘긴 만큼 선수로 뛰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다. 그는 "즐기면서 운동하려고해도 욕심이 생긴다. 예전에 비교해 지금은 많이 즐기면서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한다. 만약 올림픽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치면 너무 아쉬울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평창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대회기 때문이다. 안현수는 러시아로 귀화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대한민국에 대한 아련함이 남아있는 듯했다. 그는 "이번에는 마음이 다르다. 고향인 곳이다. 감회가 새롭다. 자국 올림픽을 뛴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자부심도 느낀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어찌 보면 안현수에게는 두 번째 '홈' 올림픽일 수도 있다. 2014년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소치에서 대회를 치렀고, 이번에는 안현수를 낳고 길러준 대한민국에서 경기를 한다. 안현수는 "나 스스로도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하는 셈"이라며 웃었다.

고등학생 앳된 소년은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로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안현수는 "딸 제인이가 태어난지 18개월이 됐다. 내가 경기하는 것을 봐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며 "메달보다는 나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드리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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