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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한국 배드민턴이 '서승재 이중계약 파동'에 요동치고 있다.
서승재는 도쿄올림픽에서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출전이 유력한 국내 에이스다. 그래서 파장은 더 크다. 표면적으로는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 두 라이벌 팀간의 스카우트 마찰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 이중계약 논란을 벗어나 '가로채기 작업설', '이면에서의 요직 보장설' 등 소문이 더해지며 배드민턴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2009년 여자단식 배연주가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이후 '상도의'를 지켜왔던 이 바닥에 오점이 또 생긴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서승재가 지난 2일 인천공항과 가계약을 한 뒤 이틀 만인 4일 삼성전기와 최종계약을 하면서다. 인천공항행이 확실시됐던 그가 갑자기 삼성전기로 급선회하자 의혹의 시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조선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서승재가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인천공항에 입단할 것이란 게 기정사실화 됐다. 당시 서승재와 접촉했던 한 지도자는 "승재가 인천공항으로 가기로 했다기에 영입 의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서승재의 학교 스승인 A 감독도 각 실업팀에 '서승재가 인천공항으로 간다'는 내용을 구두 통보하기도 했다.
결국 서승재가 최종 사인한 상대가 삼성전기로 결정되자 '스승이 제자를 등에 업고 요직을 차지하는 게 아니냐', '삼성전기가 총감독 자리를 미끼로 가로챘다'는 억측과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사실이라면 또다른 파문을 낳을 수 있는 부도덕한 행위였다.
A 감독과 삼성전기 측에 소문에 대해 확인했다. 확인 결과 '와전된 사실이자 모함'이라는 해명을 들었다. A 감독은 "나와 삼성전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계약을 했다든지 뭔가 진척된 게 있어야 하지 않은가"라며 "나도 명예를 보고 살아 온 사람인데 제자를 데리고 가는 것처럼 비추어져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말 쯤 삼성전기로부터 감독직 제의를 받은 적은 있다. 인간적으로 고민해 볼 만한 제의였지만 제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제안은 이번에 불쑥 등장한 게 아니라 5년 전부터 간간이 있어왔다는 게 A 감독의 설명이다.
이어 A 감독은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을 설명했다. "4월부터 진로를 놓고 상담할 때 승재가 삼성전기를 간절히 원했다. 어릴 때부터 소망이었다며 울면서 호소하기도 했다"면서 "그래도 설득을 거듭한 끝에 인천공항으로 마음을 돌리도록 했다"고 전했다.
A 감독은 "승재가 가지도 않을 인천공항과 가계약을 한 것은 도의적으로 잘못한 것이지만 장래를 위해 가고 싶어하는 팀에 가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전기 측 관계자도 "A 감독 영입설은 모르는 내용이다. 와전된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서승재가 인천공항과 계약한 사실을 알고도 계약한 것에 대해서는 "인천공항의 스카우트 작업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 가운데 서승재가 본인 의지에 반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승재와 부모님, A 감독이 함께 모인 가운데 서승재가 삼성전기 입단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계약한 것일 뿐 시끄럽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게 삼성전기의 설명이다.
결국 이들 주장을 종합하면 인천공항은 서승재에게서 뒤통수를 단단히 맞은 셈이 됐다. 인천공항으로 사실상 결정난 상태에서 서승재가 왜 마음을 바꾼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주변의 압박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삼성전기로 선회했다는 주장도 있어 진실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인천공항과 삼성전기, A 감독 모두 공통된 입장은 있다. 올림픽을 앞둔 유망 선수의 앞날에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가대표 자격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드민턴계 어른들이 현명한 해법을 마련해야 할 때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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