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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이용대-정재성은 한국 배드민턴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꼽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세계 배드민턴계에서도 세계랭킹 1위 이용대-정재성이 결승에 진출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들은 결승은 커녕 4일(한국시각) 벌어진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그것도 역대 맞대결 전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상대에게 사실상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준결승 상대 덴마크의 마티아스 보에-카스텐 모겐센조는 세계 3위지만 '지는 해'에 속했고, 이용대-정재성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4승12패로 크게 열세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운 역전패였다. 이용대와 정재성은 가끔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이 나오기는 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량도 그동안 보여준 것에 비해 크게 떨어졌거나 부상도 없었다. 그런데 왜 침통한 결과를 낳았을까.
경기를 지켜본 김중수 전 대표팀 감독은 "결국 우려했던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바람을 내지 못하는 게 눈에 띨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용대-정재성은 1세트에서 21-17로 수월하게 첫 세트를 건져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사실 보통 때의 이용대-정재성이라면 자신감을 획득한 성취감에 움직임 자체가 활발해지고 여세를 몰아 상대를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날 준결승에서는 끝까지 신바람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진지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것같았지만 적잖이 풀죽은 표정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 선수단을 강타한 '져주기 파문'의 후유증이 엄습한 것이다. 이용대-정재성의 준결승이 시작되기 30분 전, 한국에서는 '져주기 파문'으로 조기귀국 징계를 받은 김문수 코치를 비롯한 여자복식 선수 4명이 쓸쓸하게 귀국하고 있었다.
이용대-정재성이 경기를 시작한 것은 현지시각으로 4일 오전 9시30분쯤. 바로 전날 밤 대표팀 동료와 코치를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고통을 겪은 것이다. 특히 이번에 귀국 선수단에 포함된 하정은(25·대교눈높이)은 이용대의 혼합복식 파트너이자 1년 누나다. 대표팀에서는 작년부터 새로 호흡을 맞췄지만 고등학교 주니어대표 시절에는 아시아 최강의 혼합복식조 인연을 맺어왔다.
그런 이용대는 하정은과의 혼합복식에서 예선 탈락한데 이어 불미스런 사건으로 하정은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침체될대로 침체된 한국 선수단 분위기에서 '우리들만이라도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게 김 전 감독의 설명이다.
김 전 감독은 "초반 1세트에서는 이용대의 네트 플레이와 정재성의 후위공격이 나무랄데가 없었다. 그러나 3세트 접어들어 이용대가 수비에서 급격하게 흔들렸고, 정재성의 좌우 스텝도 무너지고 말았다"면서 "세트 스코어 1-1 동점을 허용한 상황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조급함을 이기지 못한 것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상대 덴마크조는 기대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경기를 편안하게 풀어나갔다. 덴마크조로서는 어차피 이용대-정재성과의 역대전적에서 열세여서 '밑져야 본전'이라고 부담감이 덜했다.
그런 상태에서 이용대-정재성이 보이지 않는 부담감으로 인해 자멸했으니 패할 이유가 없었던 게다.
이용대-정재성은 8강전을 마친 뒤 하루 휴식을 얻어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져주기 파문'으로 인한 외적 요인으로 마냥 편한 휴식이 될 수 없었고, 분위기 반전을 위한 금메달에 너무 집착하게 됐다.
대표팀 관계자는 "주변에서 경기일정이 남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계속 쏟아지는 후폭풍으로 인해 선수단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결국 이용대-정재성은 '져주기 파문'으로 인해 심리 조절에 실패, 또다른 희생자가 되고 만 것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