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빙상 대표선수단의 미디어데이가 15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렸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여왕 김연아가 기자회견을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태릉=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5일, 미디어데이 때다.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빙상 국가대표선수단이 출사표를 올렸다. 여느 때보다 언론의 관심이 컸다.
가장 많은 시선은 김연아에게 쏠렸다. 그녀는 "후회없는 마무리"를 이야기 했다. "선수 인생의 마지막 대회고,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지만, 매 경기때마다 베스트 컨디션으로 최고의 경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이번 대회도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하겠다. 많은 분들이 2연패, 금메달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2연패에 중점을 전혀 두지 않는다. 준비한만큼 경기를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어떤 결과를 얻어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후회없이 마무리하고 싶다." 그녀는 마지막 무대를 준비중이다.
자신감도 말했다. "연습 때는 클린으로 많이 프로그램을 소화해 자신은 있다. 실전은 또 다르다. 긴장도 되고, 매번 잘 할 수도 없다. 매 경기 클린이 어렵지만 자신감을 가질 만큼 준비가 돼 있다. 프로그램도 익숙해졌다. 지난 두 대회보다 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도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진짜진짜 마지막이다. 그때보다 부담은 덜하다. 지금은 못하면 죽는다는 정도의 마음은 아니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긴장감, 부담감은 보이지 않았다.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지난 벤쿠버 동계올림픽 때와는 많이 다르다. 당시 김연아는 이런 말을 했다. "부담감도 있지만 그 보다 내가 원하는 만큼 잘할수 있을하는 걱정이 더 된다. 그런 걱정을 없애려면 연습을 더 완벽하게 해야한다. 내가 하던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부담감과 걱정, 그 때는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스피드스케티일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질문에 답하며 즐겁게 웃고 있다. 태릉=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빙속 3남매' 이상화(25·서울시청) 모태범(25) 이승훈(26·이상 대한항공)도 달랐다. 벤쿠버 대회를 앞두고는 이랬단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모태범이 이승훈에게 한 말, "차라리 조용한게 낫다. 벤쿠버에서 화끈하게 엎어버리자"였단다. 이상화도 같은 처지였다. 그리고는 엎어버렸다.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미디에데이 때 모태범이 그 때를 떠올렸다. "4년 전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서 부담을 안 가질 수 없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계속된 이들의 인터뷰, 역시 부담은 없었다. 여유가 흘렀다. 이상화는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올림픽 500m 2연패를 하고싶지만 욕심이 많으면 실수도 많아질 것 같다. 늘 하던대로 과정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모태범은 "편하게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바퀴 달린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동차 광고 한번 해보고 싶다"며 주위를 웃겼다. 이상화가 국내 자동차 브랜드 광고를 찍은 것을 언급한 농담이었다. "밴쿠버 이후 운동 생활은 내게 보너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4년전 밴쿠버대회에 출전했을 때의 마음가짐, 즉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승훈은 초심을 언급했다.
4년전과 지금, 많이 달라졌다. 이룬자의 여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 꼭 금메달을 따겠습니다" 같은 말보다 더 듣기가 좋다. "후회없는 마무리"도 좋고, "과정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도 좋다.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는 말도 너무 마음에 든다.
항상 그렇지만 우리의 눈은 결과에 쏠려있다. 스포츠를 늘 그렇게 바라봤다. 어느 때부터인가 무조건 금메달이었다. 부담감은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은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흘렸다.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고개를 숙였다.
우리 이제 과정에 박수를 쳐주자. 땀흘리는 노력에 마음을 줘보자.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결과를 지켜보는 건 어떨까. 최선의 준비를 한 선수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말이다.
김연아는 후회없는 마무리를 할 것이다. 즐겁게 훈련을 하고 있는 모태범은 경기를 즐길 것이다. 이승훈은 초심을 잃지 않고 보너스를 챙길 것이다. 이상화는 늘 하던 대로 할 것이다. 우리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을 즐겼으면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에 박수를 쳐주면서 말이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