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칠성이 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박칠성(32·삼성전자)은 꼴찌였다. 개인적으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언제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었다. 남자 20㎞ 경보에 출전했다. 1시간32분41초. 41명 가운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외신들은 '무더위 속에서 끝까지 완주한 아름다운 꼴찌'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박칠성에게는 한이 됐다. 2006년 세계경보컵대회에서도 41위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33위에 그쳤다. 최하위권 성적은 언제나 큰 부담이었다. 고심을 거듭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20㎞에서 50㎞로 종목을 바꾸었다. 20㎞는 갈수록 스피드가 중요해졌다. 스피드보다는 지구력이 강한 박칠성은 인생의 승부수를 띄웠다.
대성공이었다. 대구에서 3시간47분13초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7위에 올랐다. 20㎞에서 6위를 차지한 김현섭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게 톱텐 진입의 영광을 선사했다.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13위를 기록했다. 올림픽 꼴찌의 한을 털어냈다. 김동영(일본 후지대 코치)이 은퇴한 후 박칠성은 한국 50㎞ 경보의 간판이 됐다.
박칠성. 사진제공=삼성전자 육상단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고난이 찾아왔다. 부상이었다. 2013년 5월 발등을 다쳤다. 그해 8월 열린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완주를 하더라도 꼴찌의 가능성이 컸다. 어떤 대회라도 꼴찌는 실었다. 6주 동안 주사만 맞는 재활치료를 하며 서서히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기록도 좋아졌다. 그해 10월 일본 다카하타에서 열린 50㎞경보 대회에서는 4시간 36초를 찍었다. 올해 5월 열린 세계경보컵대회에서는 3시간56분39초를 기록했다. 6월 컨디션 점검차원에서 나선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20㎞에서는 1시간30분4초로 2위를 차지했다. 몸상태가 좋다는 신호였다.
D-데이는 10월 1일이었다. 아시안게임 50㎞에 초점을 맞추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지옥 훈련을 소화해냈다. 결과는 3시간49분15초. 전체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들 순남군(7)을 안고 포즈를 취한 박칠성은 "재기를 위해 1년 반동안 아시안게임만 바라봤다"면서 "목표는 금메달이었지만 아직은 은메달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목표는 내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며 자세와 지구력을 보완해 50㎞ 경보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성적으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