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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스타 이용대(27·삼성전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만들어 준 종목은 혼합복식이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 이용대가 날린 '살인윙크'는 크게 화제가 됐고 이용대를 국민적인 스포츠 스타로 끌어올렸다.
이에 앞서 고교생 유망주였던 이용대가 배드민턴계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킨 계기도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우승이었다.
이용대가 남자복식에 전념하기로 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검토한 결과 금메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자복식 집중이 지름길이었다.
단일 국제대회에서 겹치기 출전을 하다 보면 그만큼 체력소모가 커지는 데다, 컨디션 유지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전위(네트기준 앞공간) 플레이에 강한 이용대의 특성상 한 종목에만 전념하는 게 유리했다.
그런 이용대가 최근 혼합복식과 다시 손을 잡았다. 2013년 남자복식 전담 이후 간혹 실험삼아 혼합복식에 출전한 적은 있다. 이번에는 한동안 혼합복식도 겸하기로 했다.
이용대의 혼합복식 복귀는 지난 13일 끝난 일본오픈에서 본격화됐다. 이용대는 유망주 이소희(21·인천공항)와 함께 혼합복식에 출전했다. 결과는 16강 탈락. 주종목인 유연성과의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에 비하면 미흡한 결과다. 하지만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용대 뿐만 아니라 유연성은 장예나(김천시청)와, 김기정(삼성전기)은 신승찬(삼성전기)과 각각 혼합복식을 결성했다. 이들 모두 남자복식을 주 종목으로 내년 올림픽을 노리는 메달 후보다.
이 같은 변칙 혼합복식은 15일 한국에서 개막하는 코리아오픈에도 이어진다. 국내 배드민턴팬들에게는 오랜 만에 혼합복식에 출전하는 이용대를 구경하는 볼거리가 생긴 셈이다.
남자복식의 간판 유연성-이용대가 각각 혼합복식 나들이에 나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실전훈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리우올림픽이 최고 목표인 만큼 결전의 그날까지 메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실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연성-이용대는 세계 1위인 만큼 모든 기량과 개인기는 이미 갖춰져 있다. 남은 관건은 실전감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과 체력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대회 실전에서 혼합복식 겹치기 출전은 유연성과 이용대의 경기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우선 여자선수와 짝을 이뤄 복식 경기를 하면 코트 커버능력을 높일 수 있다. 여자선수가 아무래도 파워가 떨어지고 활동폭도 좁기 때문에 파트너인 남자선수가 플레이에서 더 많은 영역을 맡아줘야 한다. 자연스럽게 훈련이 되는 것이다.
코트 적응과 훈련시간도 더 확보할 수 있다. 배드민턴 국제대회는 보통 연습장과 실전코트에서 훈련을 배정하는 데 출전팀마다 훈련시간이 정해진다. 2개 종목에 출전하면 실전코트에서 뛰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지고 코트 상태를 파악하는 데도 유리하다. 배드민턴은 축구의 잔디와 마찬가지로 고무 재질의 코트 적응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대회 스폰서 용품사가 제작하는 코트 재질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출전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 감독은 이같은 효과를 노리고 유연성과 이용대의 혼합복식 출전을 결정했다. 2년여간 남자복식에 전념했던 이용대의 난데없는 '친정복귀'가 아니었다. 금메달 프로젝트의 숨은 전략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