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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 에이스' 김태윤(24·서울시청)이 생애 두번째 올림픽에서 거침없는 폭풍질주로 꿈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은 3조의 경기를 맘 졸이며 기다려야 했다. 16조에서 '500m 금메달리스트'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이 1분07초99로 김태윤을 앞섰다. 마지막 18조, '1500m 금메달리스트' 키엘트 누이스(네덜란드)가 로렌첸을 0.04초차로 누르고 1분07초95, 1위로 골인했다. 김태윤의 감격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누이스, 로렌첸에 이어 3위에 오른 후 김태윤이 뜨겁게 환호했다. 깜짝 동메달이었다. 태극기를 흔들며 링크를 질주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길에 들어선 김태윤은 초중고 대회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다. 4년전 스물한살의 나이에 첫 출전한 소치올림픽 남자 1000m에선 30위를 기록했다. 1분10초81의 기록이었다. 김태윤은 이때를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로 꼽는다. "비록 뜻한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이유다. 지난해 평창테스트 이벤트로 치러진 종목별세계선수권에서도 13위(1분09초62)에 그쳤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김태윤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소속팀 서울시청의 윤의중 감독이 말하는 김태윤의 장점은 200~600m 구간이다. "스타트 후 600m까지 기록은 세계 1~3위과 붙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대단히 뛰어나다. 오늘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꾸준히 구간속도를 유지해준다면 좋은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하더라. 기대를 하고 있지만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며 말을 아꼈다.
남자 500m 차민규의 은메달, 남자 1500m 김민석의 동메달에 이어 김태윤이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깜짝 동메달을 선물했다.
성장을 다짐한 두번째 올림픽,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질주는 아름다웠다. 아직 스물넷의 전도양양한 레이서가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에서 기적같은 성장을 보여줬다. 세번째 올림픽, 베이징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