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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염원을 담아 쐈어요."
세계 최강 여자 양궁 대표팀은 개인전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세계랭킹 1위 장혜진은 8강에서 충격의 탈락을 겪었다. 강채영도 4강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아직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있지만, 개인전 금메달 획득 실패는 이변이었다. 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그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대표팀은 토너먼트에서 상대를 차례로 격파했다. 지난 25일 일본과의 4강전에서도 세트 승점 6대2로 승리했다. '맏언니' 장혜진은 결승 진출 후 "기대했던 것 만큼 못해 선수로서 상심이 컸다. 다같이 준비를 했었는데 너무 죄송스러웠다. 지도자 분들과 지인들이 대회가 끝난 게 아니라고 힘을 북돋아 주셔서 다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장혜진은 경기 후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한마음 모아서 딴 금메달인 만큼 어떤 메달보다 값진 것 같다. 동생들이 잘 믿고 따라와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강채영은 "오늘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어려웠을 때 이겨낸 것 같다. (장)혜진이 언니의 마지막 10점이 고맙다. 그간 고생했던 만큼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서 값진 메달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언니를 당연히 믿었다. 단체전할 때 나보디 팀원들을 믿는다. 그래서 개인전보다 덜 긴장이 되는 것 같다. 서로서로 믿어서 좋은 결과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은경은 "처음 출전해서 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다"며 말끝을 흐렸다. 감격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장혜진의 마지막 10점이 결승전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사실 마지막 한발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10점을 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양궁을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지켜 봐주시는 만큼, 마지막 한발에 국민들과 양궁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염원을 달아 혼신을 다해 쐈다. 그게 먹혔는지 10점이 들어갔다"며 밝게 웃었다.
개인전 탈락으로 마음 고생도 있었다. 장혜진은 "힘들었지만, 그 어려운 상황에서 동생들이 끝까지 믿어주고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제일 힘든 건, 내가 못 쏴서 양궁을 응원, 사랑해주신 분들을 실망시켜드린 마음의 상처가 제일 컸다. 한국 양궁을 누구보다 믿고 계셨을 텐데, 저로 인해 그게 무너진 것 같아서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단체전에서 값진 메달로 위로를 받아서 좋은 것 같다. 이번 대회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