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영오픈에서 한국의 복식 경기를 벤치 지휘하고 있는 이용대(오른쪽). SPOTV 중계 화면 캡처
전영오픈 남자복식 우승을 차지한 서승재(오른쪽)-김원호.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한국 배드민턴의 '리빙 레전드' 이용대(37·요넥스)가 남자복식 세계 1위 후계자 서승재(28)-김원호(26·삼성생명)를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서승재-김원호의 세계 1위 등극을 진작 직감했다는 이용대는 '1위' 등극 못지 않게 지키는 것도 힘든 만큼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랭킹에서 생애 처음으로 남자복식 1위에 오른 서승재-김원호는 2주 연속으로 정상을 지켰다. BWF 랭킹은 최신 국제대회 실적을 반영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한다. 지난 27일 끝난 중국오픈(슈퍼 1000)에서 8강에 그쳤지만 최근 1년간 상위 10개 대회의 포인트를 합산하는 랭킹 산정 규정상 2위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이 같은 시기에 두 종목(여자단식 안세영 포함)에서 세계 1위를 보유한 것은 2009년 정재성-이용대,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남자복식이 세계 1위에 오른 것도 2016년 이용대-유연성 이후 9년 만이다.
여기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가 이용대다. 고인이 된 정재성과 함께 2009년 처음으로 세계 1위에 등극한 이용대는 이후 고성현(38·충주시청) 유연성(39·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 등 형님들과 복식조를 형성하면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일본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서승재-김원호
유연성-이용대 남자복식 조가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경기 모습.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이용대-유연성이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은퇴한 뒤 사실상 정체기를 걸어왔던 남자복식이 서승재-김원호의 등장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후배들의 1위 등극을 바라 본 이용대의 소회도 남달랐다. 이용대는 지난 3월 열린 전영오픈(슈퍼 1000)에서부터 후배들의 세계 1위 등극을 예감했다. 당시 이용대는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과도기여서 초빙코치 자격으로 전영오픈에 파견돼 서승재-김원호를 지도했다. '코치' 이용대는 한국 남자복식 13년 만의 정상 등극을 지휘했다. 이용대는 그때를 회상하며 "둘을 지도하면서 '금방 세계 1위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옆에서 보니 꾸준하게 훈련받는 자세, 훈련·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서승재는 혼합·남자복식 중복 출전 대신 남자복식에 전념하자는 대표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최적 파트너를 실험하는 과정이라 세계 43위에 불과했다. 4개월 만에 1위로 급상승했으니 이용대의 '족집게 도사' 실력이 적중한 셈이다. 이용대는 둘의 장점에 대해 "탄탄한 전력이다. 네트플레이와 수비력에서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면서 "서승재가 후위 공격을 많이 하는 가운데 김원호가 좋은 수비력으로 받쳐 준다"고 분석했다.
고(故) 정재성과 남자복식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이용대. 스포츠조선 DB
서승재는 안정감 좋은 선수로 평가받는데, 비슷한 유형의 김원호와 짝을 이루면서 실수가 적어지는 등 서로 합이 잘 맞는다는 게 이용대의 설명이다. 여기에 후배 김원호가 서승재를 만나고 나서 더 발전하고 있다.
후배들이 세계 1위에서 '롱런'하기를 바란다는 이용대는 "현재 추세를 보면 다른 나라들은 확실한 복식조를 찾고 있는 단계다.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상대 조합이 자리를 잡게 되면 서승재-김원호에 대한 분석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부터 조금씩 역할 분담을 연구하면 좋겠다. 지금은 모두 네트플레이와 수비 위주 경기를 많이 하는데, 나중에 공격력 좋은 선수를 만나면 고전할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플레이를 잘 하고 있지만, 이게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해 보완한다면 계속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