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런던=공동취재단]"허리 안좋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다해 이기겠다."
'대한민국 여자탁구 톱랭커' 신유빈(대한항공·세계 10위)이 세계선수권 첫 승 직후 투혼의 각오를 전했다.
석은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탁구 대표팀은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OVO 아레나 웸블리에서 펼쳐진 2026년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32강에서 캐나다를 매치 스코어 3대0으로 완파했다. 김나영(포스코 인터내셔널), 신유빈(대한항공), 양하은(화성도시공사)가 차례로 나섰다. 김나영이 1단식에서 서니 장을 3대0(11-6, 11-4, 11-5), 신유빈이 2단식에서 모 장을 3대0(11-3, 11-2, 11-4), 양하은이 3단식에서 아이비 팬을 3대0(11-6, 11-3, 11-3)으로 돌려세우며 단 50분 만에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번 대회 한국은 조2위를 목표 삼은 그룹 예선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톱랭커 신유빈이 허리 부상 악재로 고전했다. 대만과의 시드 배정 조별예선 준비 중 허리를 다쳤다. 특유의 호쾌한 포어 드라이브가 나오지 않았다. '2승'을 믿었던 1매치와 4매치에서 대만 10대 신성에게 일격을 당했다. 이후 부상 치료, 회복을 이유로 루마니아전, 중국전엔 나서지 못했고, 김나영, 유시우, 박가현, 양하은이 분전했지만 3전패, '최하위' 조4위를 기록했고 8번 시드를 받아들었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신유빈이 중국 톱랭커 천싱퉁을 꺾고 여자단식 세계 톱10에 복귀하는 등 분위기도 좋았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신유빈은 어릴 때부터 단체전에 진심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표했다. 2년 전 부산세계선수권, 지난해 혼성 팀월드컵 단체전에서도 컨디션 난조, 부상 등으로 자신의 100%를 보여주지 못했던 터 '막내'가 아닌 '선배'로 나선 이번 대회 각오가 남달랐다. 현장에서 찾아온 부상이 스스로도 뼈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 휴식 후 32강 토너먼트 무대에 복귀한 이날 꽤 회복된 모습과 투혼을 보여줬다.
첫 승 후 신유빈은 "허리를 다친 적이 없었는데 슬프게도 대만과 경기 전에 연습할 때 부상을 입었다. 그때는 허리가 정말 안 좋았는데, 지금은 움직일 수 있다"고 현 상태를 설명했다. "모든 선수가 좋은 몸 상태로 경기할 순 없다. 지금 허리가 좋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팀이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선전 경기를 보면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내가 뛰었을 때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면 팀 분위기가 더 이상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많이 혼란스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탁구의 자존심을 건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분투를 다짐했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건 빠르게 회복한 뒤 좋은 경기를 펼쳐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뿐"이라면서 "몸 상태를 일단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5일 싱가포르-세르비아전 승자와 16강서 격돌한다. 신유빈은 "지금처럼 잘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서 다음에도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 복식 은메달 레전드' 석은미 감독 역시 스승이자 선배로서 신유빈에게 힘든 상황이지만 '에이스'의 무게를 견뎌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상태가 아주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신)유빈은 대표팀 주전으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부상까지 감수하면서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것 역시 신유빈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서 더 강인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은 16강, 8강 출전 여부에 대해 "일단 본선에선 신유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프더라도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대표팀이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다만 하루하루, 매일 상태를 체크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만전 때는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다.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 나아졌다. 다만 경기를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다. 오늘도 본인이 통증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을 알면서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계속 체크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16강서 승리하면 8강선 또다시 '최강' 중국을 만나게 된다.
4강 이상의 목표를 품고 세계선수권에 나선 석 감독의 마인드는 흔들림 없었다. 어린 후배 선수들을 향해 부상을 견뎌내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 자체를 강조했다. "어떻게든 부딪혀 봐야 한다. 목표가 4강인 만큼, 제 목표는 더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선수들을 끌고 갈 수 있다. 신유빈을 포함해 대부분 20대 초반 선수들이다. 부상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부상 역시 체력적으로나 멘탈적으로나, 훈련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채워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처음 대표팀을 맡을 때도 말했듯이 이제 시작이다. 이런 상황을 견뎌낼 줄 알아야 하고, 우리 자신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계속 도전하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런던=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