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감독의 사부곡 그리고 '독사'의 변화

최종수정 2015-04-02 08:22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이었다. 그러나 결국 터졌다. 가장 행복한 날, 감정이 북받칠 수밖에 없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55)은 올 시즌 반드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지난해 별세한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이 감독은 지난 31일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지은 뒤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5월 7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승하시는 것을 못보고 가셨다. 그래서 매일 경기장에 나올 때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온다. 정말 아버지는 열렬한 배구팬이셨다."

사실 이 감독의 아버지는 아들의 배구선수 생활을 만류했었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었다. 이후 배구 광팬이 됐다. 아들의 소속된 팀 선수 뿐만 아니라 프로배구 선수들의 프로필을 모두 외울 정도로 배구를 좋아하게 됐다. 또 암투병 중에도 스포츠 채널을 통해 배구 경기를 시청했다. 이 감독은 "경기를 이기고 가면 아버지도 기뻐하셨다. 그러나 경기를 패한 뒤 찾아가면 아버지는 아들의 눈치를 보면서 말씀도 많이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이렇게 결과에 민감해 하는 아버지를 지켜본 이 감독은 "아버지에게 '편안하게 경기를 보시라'는 얘기도 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의 별명은 '독사'다. 선수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하다. 다른 것은 선수들에게 져주지만, 훈련만큼은 절대 타협이 없다. 창단 4년 만에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무너지지 않은 이 감독의 '소신'에 있다. 반면, 선수들은 벼르고 벼른다. 시즌이 끝나면 '이정철표' 지옥 훈련을 버틴 대가를 원한다. 우승 세리머니로 이 감독을 코트에 눕혀 발로 밟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여자농구도 그렇고 감독을 밟는 게 유행인 것 같다. 이번에 네 번째 밟히는데 안마 받는 느낌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칭찬을 잘 안하기로 유명하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은 그렇게 쓴소리를 안했는데…"라며 머쓱해 했다. 그러면서도 우승을 한 뒤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선수들도 "감독님은 꼭 뒤에서 얘기하신다"며 웃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이 감독도 공감했다. 그는 "앞으로는 좀 부드러워져야겠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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