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러시아만큼 장신군단 많다, 한국 女배구에 필요한건 '스피드'

기사입력 2016-08-09 18:13


김연경 선수가 8일 저녁(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0명의 러시아 여자배구 선수들의 평균 신장(세터 2명 제외)은 1m89.3이었다. 한국보다 평균 7.7㎝가 더 컸다. 높이에 대한 부담은 피할 수 없었다.

운명은 가혹했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는 9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에서 벌어진 2016년 리우올림픽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러시아에 세트스코어 1대3(23-25, 25-23, 23-25, 14-25)으로 패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국 패배의 원인은 누가 봐도 하나, 높이 극복 실패였다. 블로킹을 14개나 허용했다. 나탈리야 곤차로바와 이리나 페티소바에게 각각 4차례씩 걸렸다. 이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블로킹 측면을 공략지점으로 삼으라고 했다. 그러나 제대로 먹혀 들지 않았다. 러시아의 블로킹은 철벽이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28·페네르바체)도 러시아의 높이에 혀를 내둘렀다. "힘든 경기였다. 러시아 선수들이 장신이라 세 명이 블로킹을 뜨면 나도 공격하기 어려웠다."

김연경은 이날도 20득점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공격성공률은 15.56%에 그쳤다. 직전 일본전에 비해 김연경의 스파이크가 코트에 시원하게 내리꽂히는 장면이 드물었다. 유효 블로킹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상대 서브 시에는 집중 타깃이 되기도 했다. 김연경이 상대의 집중마크에 막혔을 때 우회로가 없었다. 한국 여자배구의 대안 부족이란 문제점을 노출되는 순간이었다. 센터 양효진(27·현대건설)은 "경기에 들어가니 (공수 모든 면에서) 연경 언니에게 집중됐다"며 "나머지가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밝혔다.

'숙적' 일본을 잡고 분위기를 끌어올린 한국 여자배구는 11일 오전 8시30분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치른다.


여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아쉽게 패했다. 4세트 마지막 공격을 내준 후 아쉬워하는 선수들의 모습.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 여자배구는 상대 장신군단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40년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중국, 미국, 세르비아, 이탈리아, 러시아 등 장신 군단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신장이 작은 팀이 장신군단을 상대하려면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 우선 빠른 스피드 배구다. 세터의 토스와 공격수의 공격 시간을 최소화해 상대 블로커가 자리를 잡기 전에 빠른 공격을 펼쳐야 한다. 스피드배구가 실현되기 위해선 마련돼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안정된 서브 리시브다. 리시브가 안정돼야 세터가 빠르고 정확한 토스를 공격수에게 배달할 수 있다.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피드 배구는 단시간에 구현해내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김연경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패턴, 즉 상대가 뻔히 아는 공격으로는 메달 획득이 불투명하다. 과감한 도전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속담을 코트 위에서 적용시켜야 한다. 상대 공격을 디그로 살려낸 뒤 반드시 득점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이 감독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중요할 때 1점은 5점하고 똑같은 것이다. 배구는 실점을 얼마나 적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결정적일 때 볼 처리 하나가 승부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패배 속 작은 희망도 피어났다. 한국은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다. 4세트를 제외하면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특히 2세트는 20-23으로 뒤지고 있다가 뒤집는 반전도 연출했다. 김연경은 "러시아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비슷한 상황까지 끌고 가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공격 부분에서도 높은 블로킹을 상대로 했기에 좋은 연습이 됐다. 러시아전은 지난 일이다. 다 잊고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눈은 이미 8강을 향해 있다. "지난해보다는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평가한 이 감독은 "희망도 있고 결국 6번째(8강) 경기가 중요하다. 범실을 조금만 줄여주면 진짜 해볼 만하다"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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