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식 록축구는 어떤 그림일까?

기사입력 2016-12-05 18:17



박경훈 성남 감독은 네이밍의 귀재다.

제주를 이끌 당시 매년 특색있는 팀 컬러를 캐치해 직접 이름을 붙였다. 2010년 삼다 축구(돌처럼 단단하고, 바람처럼 빠르고, 여자처럼 아름다운 축구), 2012년 방울뱀 축구(상대의 빈틈을 한번에 파고드는 방울뱀처럼 예리한 축구), 2014년 오케스트라 축구(서로 다른 악기를 연주하면서 하모니를 만드는 오케스트라처럼 팬들에게 감동을 안기는 축구)가 대표적이다. 조금씩 색깔은 다르지만 공통 분모가 있었다. '아름다운' 축구다.

박 감독이 이끈 제주는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패싱게임의 대명사였다. 윤빛가람(옌벤), 송진형(알 샤르자), 산토스(수원), 로페즈(전북), 자일(전남) 등 테크니션들이 펼치는 제주 축구는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구였다. 하지만 성적과 비례하지는 않았다. 2010년 준우승을 제외하고 한번도 목표로 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제주에서 물러나며 "너무 얌전한 축구를 했다"고 반성 하기도 했다. 때로는 과감하게 부딪힐 줄도 알아야 하는데 예쁜 축구에 매몰됐다는 자기 반성이었다.

그래서 새롭게 꺼낸 것이 '록(ROCK) 축구'다. 성남의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이번에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가 아닌 강렬한 록축구를 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 감독이 구상한 록축구의 기반은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게겐 프레싱'과 비슷하다. 강력한 압박을 강조하겠다는 뜻이다. 박 감독은 "볼소유와 빠른 공수전환이 중요하다. 예전에 소유하고 있을때의 빠른 공격 전환에 대해서 강조했다면 지금은 뺏기고 난 다음에 다시 볼을 뺏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이 부분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록 축구'의 또 다른 의미는 과정만큼이나 결과를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다. 올 시즌 챌린지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조진호 감독을 선임한 부산, 절치부심 재승격을 노리는 수원FC, 창단 20주년이 된 대전, 이랜드, 부천, 안양, 아산 등 어느 하나 만만히 볼 팀이 없다. 박 감독은 "챌린지에 온 이상 승격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선수들도 정신무장을 할 필요가 있다.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뜨거운 축구로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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