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많이 부드러워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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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 부임 후 현대건설 훈련장은 매일 곡소리가 넘친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의 연속. 서브리시브 등 기본기 훈련도 무한 반복이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 밖에서 본 현대건설의 강점은 높이와 다양한 공격 자원"이라면서도 "하지만 체력과 기본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을 잡아야만 더 강한 팀, 더 좋은 선수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입에선 단내가 뿜어져 나온다. 예민한 선수의 경우 입도 삐죽 나올 수 있는 상황. 이 감독은 개의치 않는다.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선수들이 불만을 가져도 절대 봐줄 생각 없다. 아프면 쉬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힘들어도 감독을 믿고 따라와야 한다. 그게 프로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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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감독은 처음이다. 그런데 당당하다. 여유롭기까지 하다. 불안하지도 않다고 한다. "걱정될 게 뭐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나중에 결과로 평가 받으면 된다. 솔직히 부임 첫 시즌에 대단한 성적을 낼 것이란 생각은 없다"고 했다.
비판도 두렵지 않다. 이 감독은 "리더는 당연히 욕을 먹는 자리다. 욕 안 먹고 싶으면 그게 욕심"이라며 "감독의 가장 큰 역할은 선수들을 지키고 팀을 대표해서 욕 먹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 감독은 "부임 할 때부터 그 어떤 비판, 비난 혹은 욕까지도 들어 먹을 각오를 하고 왔다. 그게 기본이라 생각한다. 결과가 좋으면 공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의 몫이지만 좋지 않을 때 책임과 비판은 모두 내가 짊어질 부분"이라고 했다. 이 감독에게 지도자는 '욕받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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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타고난 리더다. 24세의 어린 나이에 주장을 맡았다. 처음부터 강인했던 건 아니다. 이 감독은 "처음 주장을 했을 땐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요구를 다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모두에게 잘 해주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더라. 어느 순간 분위기도 와해되고 심지어 나를 낮춰보고 흠잡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했다. 24세 이 감독은 친언니의 품에 안겨 하소연하며 펑펑 울았다. 그 때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잘 해주면 그 사람도 잘 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 세상엔 그런 사람 몇 없다." 이 감독은 이 때 '철녀의 가치'에 눈을 떴다.
타인을 생각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졌다. "내가 빈 틈이 없어야 흠 잡힐 일도 없고 더 당당히 지적하고 요구할 수 있다. 리더의 힘은 거기에서부터 나온다. 선수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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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꿈을 꾼다. "모든 선수들이 강한 체력과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 빠르고 강한 배구를 하는 것, 그게 내 꿈이다."
이어 "코트 위에 '여성'은 없다. 모두 프로고 선수다. 누구보다 강해야 한다. 일말의 나약함도 모두 버려야 한다"며 "나를 만나서 선수들이 지금은 힘들겠지만 믿고 따라와주길 바란다. 우리 선수들이 그 어떤 팀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늘도 선수들은 '철녀'가 보는 앞에서 발바닥 터지게 뛰었다.
용인=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