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 김남성의 확신 "권순찬이 만들 KB손해보험, 지켜보라"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권)순찬이의 배구지능은 가히 천재적입니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엔 첫 출사표를 던진 지도자들이 많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세 감독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한국 배구계의 '대부' 김남성 감독(65)의 제자들이라는 것. 김남성 감독은 성균관대를 이끌 당시 이 세 감독을 지도했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냐마는, 김남성 감독에겐 아무래도 권 감독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권)순찬이는 가진 재능에 비해 정말 빛을 못 봤다."

김남성 감독.

김남성 감독은 권 감독의 성균관대 시절을 이렇게 기억한다. "코트 위에서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낼 선수가 있다고 하면 그게 순찬이였다. 세터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김남성 감독의 사랑 속에 자란 '선수' 권순찬. 하지만 '은사'의 바람과는 달리 권 감독의 배구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권 감독은 1997년 삼성화재에 입단하며 프로에 입문했지만,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1999년엔 상무에 입단, 2001년 슈퍼리그서 군팀 상무를 4강으로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그게 전부였다. 돌아온 삼성화재에 권 감독의 자리는 없었다. 2002년 권 감독은 27세의 '새파란' 나이에 은퇴를 했다. "그 때의 상황을 상세히 말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순찬이가 너무 많이 힘들어했다. 스승이자 아버지로서 힘을 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었다." 김남성 감독의 안타까움이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울산제일고 코치, 성지공고 감독을 거친 권 감독은 2008년 우리캐피탈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은사 김남성 감독의 손을 잡고 코치로 프로 무대에 섰다. 이후 권 감독은 서울 드림식스, 러시앤캐시 드림식스(이상 우리카드의 전신), 대한항공,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전신), KB손해보험 코치를 지내며 지도자로서 내공을 쌓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권 감독은 지난 4월 KB손해보험 사령탑에 앉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감독' 권순찬을, 또 KB손해보험을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딱 한 명, 김남성 감독만이 '만년 최하위권 팀'을 지켜봤다. "다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나는 순찬이를 믿는다. 권순찬이 만들 KB손해보험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권 감독이 이끄는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반전의 팀'으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만 해도 집중력 저하에 뒷심 부족, 여기에 자신감까지 바닥을 쳐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KB손해보험.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다채로운 공격 루트에 화끈한 경기 운영으로 '보는 맛'도 더했다.

권 감독은 부딪히고 깨지며 지도자로서 성장하고 있다.

권 감독이 이끄는 KB손해보험은 26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대결에서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권 감독은 "형편없었다"고 혹평한 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할 것"이라고 이를 갈았다.


임정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