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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국보급 센터' 신영석(34·한국전력)이 6년간 정든 현대캐피탈 얘기가 나오자 울컥했다. '트레이드 매치'로 명명됐던 지난 2일 승부가 마무리된 뒤 수훈선수로 뽑혀 인터뷰실에 들어 익숙한 자리에 앉은 느낌을 묻자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훈련이 끝나고 2일 현대캐피탈 동료들과 맞닥들인 2일. 신영석은 후배였고, 가족이었던 상대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으로 경기 전 연습에 돌입했다. 신영석은 "후배들이 '형만 잡을거니 기대하고 있으라'. '형 블로킹 뚫을거라'고 해줘서 고마웠다. 시작하기 전에도 모두가 안아주고 갔다. 지난 6년간 사랑을 많이 받았다라는 걸 느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최민호와 나눴던 대화에 대해선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최민호다. 모든 걸 터놓고 얘기한다. 일주일에 4~5차례 연락을 하면서 지냈다. 민호가 내 자리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더라. 이날 경기까지도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후배지만 친구같은, 형같은 존재"라며 애정을 과시했다.
결국 경기는 신영석과 황동일이 이끈 한국전력이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를 거뒀다. 신영석은 "만감이 교차하더라. 미안하기도 하고, 내 후배들이고 내 가족이었는데 어려울 때 승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졌으면 오히려 편했을 것 같은데 그건 또 한국전력 때문에 마음에 걸리고 애매한 상황"이라며 웃었다.
신영석이 한국전력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건 한국전력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함께 트레이드된 동갑내기 세터 황동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영석은 "혼자 갔으면 외로웠을 것 같다. 동일이는 잘 아는 사이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데 도움이 됐다. 아직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남아있다. 동일이와는 고민까지도 나누는 사이다. 앞으로 찢어지지 않고 계속 같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장의 짐을 벗어 홀가분한 신영석은 "현대캐피탈에선 지난 6년간 내 위에 아무도 없었다. 헌데 한국전력에는 철우 형이 있더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형이다. 먼저 더 다가와줬고 든든하다. 철우 형은 앞으로 한전을 이끌고 가는데 롤모델이다. 그 중심을 어떻게 잡는지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국전력은 개막 7연패 이후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신영석 황동일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우승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신영석은 "어떤 팀에 있던 우승이 첫 번째 목표다. 현대캐피탈에서도 어려웠을 때 우승도 해봤고.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고.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전의 추억과 경험을 이끌어주고 싶다. 우승 여부는 결과론이지만 그 무대를 뛰어본 사람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차이가 크다. 잠도 못자고 2시간 만에 깨고 그런 긴장감 이후 2차전에서 즐겼던 경험이 생생하다. 아직 못보여준 것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성장을 할 것 같다. 언제까지 배구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천안=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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