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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참 오묘한 기분이네요."
경기를 마친 뒤 차상현 감독은 "이제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훈련이 힘든 데 잘 이겨내줬다"라며 "우승 후에는 조금은 덤덤했다. 처음 느끼는 오묘한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차상현 감독과의 일문일답.
- 우승 감독으로서 소감을 이야기하면.
▶ 이제 좀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잇을 거 같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할 거 같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내가 선수들에게 시킨 훈련은 힘들다. 그 힘든 훈련을 이겨내줬다. 또 향간에는 선수들에게 칭찬을 잘 안한다고 하는데 정말 잘 안한다. 선수가 선수로서 가치를 인정받길 바란다. 그래야 어떤 팀을 만나든 버티는 힘이 생긴다고 본다. 칭찬을 하다보면 선수들이 교만해지거나 자만해질 수 있다는 걸 선수할 때부터 느꼈다. 그래도 당근보다는 채찍을 든다. 그래도 이제 5시즌을 하는데, 선수들이 많이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한다. 잘 버텨주고 견뎌줘서 고맙다.
- 처음에 올 때부터 순위가 하나씩 올라갔다
▶평상시에도 상상은 해봤다. 우승하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데, 생각했던 거보다는 큰 생각이 안 들었다. 5세트가 시소게임으로 갔으면 모를텐데 내가 생각했던 거 보다는 별 생각이 없더라.(웃음) 안도의 한숨도 나왔고, 처음 느껴보는 오묘한 기분이다.
- 강소휘가 4세트 발목을 다쳤을 때는 많이 놀랐을 거 같다.
▶ 저한테는 크게 왔다. 속으로는 4세트 중간부터 5세트 준비를 했다. 선수들에게 지금부터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믿고 버텨야 한다고 했다. 유서연이 힘들 때마다 조커로서 잘 풀어줬다. (유)서연이의 많은 득점은 아니지만, 그 득점이 아니었으면 경기가 넘어갈 수 있었다.
- 그동안 원팀을 많이 강조했는데.
▶ 부임과 하고나서 성적을 낼 지 혹은 변화를 줄 지 고민했다. 일단 변화를 택했다.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할 팀워크가와 팀 분위기가 기량을 넘어설 때가 있다는 걸 분명 알고 있다.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끝까지 강조했다. 팀워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벌금제도도 운영하고, 심하게 혼을 냈다. 팀워크를 끝까지 고집으로 하다보니 이젠 선수들도 내 성격을 잘 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신뢰가 쌓였다.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는 맞는 거 같다.
- 혼을 많이 내지만 선수들과 격없이 지내는 수평 리더십도 주목받았다.
▶ 오빠 리더십이라고도 해주시는데 내년에 한 두 번 지고나면 얼마나 안 좋은 쪽으로 갈 지 사실 걱정도 된다. 변함없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어떻게 하다보니 선수들이 잘 따라 왔다. 또 한수지, 김유리가 있었고, 이소영이 주장을 하면서 조화를 잘 맞춰준거 같다
- 지난 5년 간 도전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디펜딩 챔피언'으로 지켜야 한다.
▶ 선수들의 FA가 걱정된다. 선수들이 원하는 만큼 돈을 주면 규정이 있으니 구단에서 해줄 수 있는 한계가 있어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금부터 고민이다. 선수들이 5번째 시즌동안 만들어 낸 것을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살아보니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걸 알게 된다. 참 힘들다.
- MVP가 러츠와 이소영 공동 수상이다.
▶ 이소영이 오늘 초반 부진했던 건 심리적인 부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초반 선수들이 1, 2차전보다 서브를 비롯해 범실이 굉장히 많았다. 마음이 앞서간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역시 (이)소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 상황에서 결정을 내야할 때 내줬다. 또 러츠는 작년보다 안정감 있게 배구를 했다. 세터들이 어느 정도 볼 높이만 스피드 있게 맞춰주면 알아서 다 때릴 수 있는 기량까지 올라왔다. 시즌 중·후반쯤 체력이나 정신력이 떨어지는 게 보여서 걱정했는데 1위가 빨리 확정되면서 휴식기간이 큰 도움이 됐다.
- 처음 여자 배구 감독 제의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원래 남자부에서 10년 지도자 생활을 했다. 지금 은퇴한 선수들도 있는데 그 때 내 별명이 차보스였다. 그 정도로 훈련도 많이 시키고 세게 했다. 주변에서 이 얼굴로 여자팀을 가면 안 된다고 했다. 환경에 적응이 된다. 배구 지도자 인생에서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 앞으로 어떤 생활이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오늘도 한 수 배웠다. 끝이 없는 거 같다.
- 눈물은 안났나.
▶실제로는 안 났다. 다만, 상상하면서 눈물이 나더라. 내가 방에서 울었다 하면 선수들이 뒤도 안 돌아본다. 우승 후에는 처음 느끼는 오묘한 기분이 있었다.
- 오묘한 기분이란?
▶ 끝났다는 안도감, 해냈다는 기분도 있었지만, 강소휘 부상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또 흥국생명 감독님도 그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해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상대팀이지만, 김연경도 손가락 인대가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투지를 보였다. 김연경이 있기 때문에 한국여자배구가 이 정도로 갈 수 있다고 다시 생각했다. 멘탈이나 기술이 좋은 선수라는 걸 다시 알게 됐다. 여기에 여러 심정이 복합적으로 왔다. 나 역시 GS칼텍스를 떠나서 배구인의 한 사람이다. 여러가지로 인해서 배구가 흥한 것도 있지만 위기라고도 생각을 한다. 빨리 위기 극복을 생각해야 한다. 여자배구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 가족들에기 한 마디.
▶ 아이가 셋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거의 집을 못간다. 늘 하는게 저녁에 영상통화를 걸어서 안부를 묻곤 하는데 늘 기다리고 한다. 아이들을 잘 키워줘서 고맙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길 위해 노력하겟다. 언제 집에 갈지는 모르겠고, 간다고 해서 오래 머무를거 같지는 않지만, 있는 그대로 지금처럼 잘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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