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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한 세트를 따내기도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김 감독의 눈은 '당장'이 아닌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막 탄생한 신생팀 답게 팀의 아이덴티티를 만들려고 했다. 3년 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그 동안 기존 구단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소위 '만년 백업'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려고 했다.
가장 문제는 훈련시간이었다. 선수들이 채워지는 시간에 공백이 생기다보니 완전체로 손발을 맞추기 힘들었다. 선수 부족으로 컵 대회에 출전할 수도 없었고, 지난달 30일 창단식 이후 신인 선수들의 전국체전이 끝난 뒤에서야 정상적인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비 시즌 기간 AI 페퍼스의 연습경기를 본 한 배구인의 평가는 박했다. "공이 제대로 세터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 다른 배구인은 "올 시즌 1승이 아니라 1세트라도 따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겐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얘기였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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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부분도 신경썼다. 선수들의 발이 될 구단 버스에는 남성 탑승을 금지했다. 그래서 구단 버스 기사도 여성으로 공개채용했다. 경기가 끝난 뒤 코칭스태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선수들끼리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배려했다.
이 모든 건 장매튜 AI 페퍼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매튜 구단주는 열린 생각으로 김 감독의 장기 플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역사적인 창단 첫 경기를 맞았다. 19일 광주광역시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 홈 개막전.
이날 AI 페퍼스는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인삼공사 선수들이 적응하기 전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면서 1세트를 먼저 따냈다. 주위의 평가를 한순간에 불식시켰다. 김 감독은 센터 역할을 부여한 하혜진의 활약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 원래 라이트가 주 포지션인데 엘리자벳 때문에 센터로 나갔다. 블로킹과 공격에서 경험이 있는 선수로 역할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하혜진은 공격득점은 없었지만 네 차례 블로킹에 성공하면서 1세트 4득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는 2%가 부족했다. 2~3점차로 뒤지면서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그러나 세터 이 현의 토스가 흔들리면서 승부처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3세트가 유독 아쉬웠다. 21-21 동점까지 승부를 끌고갔다. 다만 이후부터 세터와 외인 공격수 엘리자벳의 호흡이 들쭉날쭉하면서 방점을 찍지 못했다. 결국 세트스코어 1대3으로 역전패했다.
그래도 큰 소득은 주위의 평가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이날 AI 페퍼스는 '후추가루'가 아닌 '고춧가루'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김 감독이 목표로 세운 시즌 5승은 몰라도 1승은 가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 판이었다. 글로벌야구콘텐츠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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