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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승이 간절했다. 자칫 연패가 길어질 위기였다. 18세 신인 세터의 손끝에서 기적이 만들어졌다.
아직 확실한 주전 라인업이 없다. 대표팀을 다녀왔거나 부상을 겪은 선수들이 많아 함께 손을 맞춰본 시간이 길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은 발목 부상을 안고 뛰고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차차 팀을 가다듬는 상황이다. 고 감독은 "1라운드는 지켜봐달라"라고 거듭 말해왔다.
위기의 순간 베테랑들이 해줄거라 믿고 기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혹은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분위기를 바꾸고 돌파구를 만드는 것도 용병술이다. 어느 쪽이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령탑이 진다.
"배구 IQ, 코트 위에서의 끼가 남다르다. 18살 어린 선수가 자기가 해야하는 역할을 안다. 기대했던 게임 체인저 역할을 완벽하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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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 감독은 박은지에게 '코트 위 전권'을 줬다. 신중한 그답지 않은 과감한 선택이었다. 경기 후 만난 박은지는 "평소에는 해야할 일을 지시하시는데, 오늘은 '너 하고 싶은대로, 자신있는 거 해라'라고 하셨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뛸 수 있었다"고 했다.
엘리자벳과 이소영에 집중됐던 공격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특히 박혜민은 이날 올린 14득점 중 8득점을 3세트에 따내며 분위기 반전을 주도했다. 4세트에는 정호영의 속공을 적극 활용했다. 박은지 스스로도 블로킹 1개 포함 4득점을 올렸다. 마지막 5세트에는 해결사 엘리자벳을 믿고 확실하게 공을 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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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은서가 4~5세트 교체로 투입되면서 자매대결도 펼쳐졌다. 박은지는 "진짜 이기고 싶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인삼공사는 정호영 이선우 박은진 박혜민 고의정 이예솔 등 다년간 잠재력을 인정받아온 유망주들로 가득한 팀이다. 앞으로 고 감독이 필요할 때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전망이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