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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권순찬의 저주였나.
프로 스포츠에서 확률은 절대 무시 못할 요소다. 웬만해서는 확률을 따라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단순 운이 아니라, 전력과 분위기 등이 모두 종합돼 나오는 게 확률이다.
그런 도로공사가 '패-패-승-승-승' 배구 역사상 최초의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0%의 기적을 연출해낸 것이다. 2차전이 끝날 때만 해도 3차전에서 손쉽게 흥국생명이 우승을 확정지을 것 같았는데, 3차전 결과가 예상밖으로 나오자 시리즈 전체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런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먼저 도로공사 선수들의 투혼이 가장 중요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베테랑 선수들의 집중력과 냉정함도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제외한 국내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했다. 한 번 흔들리자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김연경이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고 해도, 혼자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는 없었다.
도로공사의 감동적인 역전 우승에 팬들이 감동하고 환호하는 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흥국생명을 상대로 '정의 구현'을 했다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올해 초 멀쩡히 팀을 지휘하던 권순찬 감독을 갑작스럽게 경질했다. 이유는 그룹 고위층이 선수 기용에 관여를 했고, 권 감독이 이를 따르지 않자 그 분노가 경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김기중 감독을 선임했지만, 구단측 사람이라는 부담스러운 시선 속에 결국 지휘봉을 잡아보지도 못한 채 없던 일이 됐고 대행의 대행이 팀을 이끄는 등 어수선했다. 김연경을 잘 아는 명장 아본단자 감독을 데려오며 급한 불을 끄고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하늘은 프로 스포츠에서 하면 안될 결정을 내렸던 흥국생명에게 우승 트로피까지는 주지 않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