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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실수라니? 그렇게 말하고 넘어갈 일인가. 심판들의 권위를 스스로 해치는 짓이다."
신호진과 전광인을 맞바꾼 비시즌 초대형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던 두 팀이다. 현대캐피탈의 주장을 역임했던 전광인이 7년간 뛰었던 천안으로 돌아온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뜻밖의 돌발 사태가 분위기를 망쳐버렸다. 일요일을 맞아 현장을 가득 채운 3400여 천안 배구팬들에게 V리그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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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아주 정상적인 상황이었다. 문제는 비디오판독 오심이었다.
비디오판독이 실시되면 현장스크린에도 리플레이가 재생된다. 블로커의 손끝이 공에 맞아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명백한 터치아웃이었다.
하지만 서남원 경기감독관의 1차 판단은 달랐다. 마이크를 집어든 그는 '노터치'라고 선언했고, 스코어보드는 6-4로 바뀌었다.
OK저축은행 벤치가 끓어올랐다. 신영철 감독 뿐 아니라 코치진과 선수들까지 감독관석을 올려다보며 아우성을 쳤다. 특히 외국인 선수 디미트로프가 감정적 폭발을 보였다.
더욱 민망한 것은 감독관의 태도였다. 그는 황급히 최재효 부심을 소리쳐 부른 뒤 "죄송합니다. 다시한번 확인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엔 현대캐피탈 쪽이 대폭발했다. 특히 지난해 트레블로 리그를 제패했던 블랑 감독은 V리그 입성 이래 가장 흥분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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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이 확정된 뒤로는 디미트로프와 현대캐피탈 선수들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다만 기운 빠진 현대캐피탈은 그대로 무너졌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연맹 관계자는 취재진의 문의에 "설령 번복을 하더라도, 정확한 판정이 최우선이다. (판정 번복에)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블랑 감독은 V리그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단 배구적으로 보면 오늘 OK저축은행이 우리보다 훨씬 잘했다. 특히 차지환의 경기력은 놀라웠다. 경기에 있어서만큼은 상대팀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기감독관의 실수라고 하는데, 과연 '실수'라는 말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인가"라며 준엄한 일침을 날렸다.
"경기중 판정을 이런 식으로 내리는 리그는 한국 뿐이다. 전체 경기를 주심이 관장하는게 당연하고, 부심도 있다. 거기에 왜 (경기감독관이라는)다른 것을 더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최종 기록지에 내가 따로 주석을 남기긴 했는데, 이걸 (연맹에서)제대로 평가할지도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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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프로야구의 경우는 다르다. 비디오판독은 양팀 감독이 요청할 경우 즉각적으로 이뤄지며, 판독은 현장의 4심이 아닌 KBO 판독실에서 내린다.
블랑 감독은 자신이 한국에 오기전, 후인정 전 감독의 격정적인 울분 토로로 유명한 2022년 12월 27일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 오심 사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해당 경기의 부심을 맡아 후인정 전 감독과 소통하던 남영수 심판이 이날의 주심이었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해당 사례 이후 연맹은 '설령 번복을 하더라도 정확한 판정에 집중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고, 공교롭게도 대외적으로 드러난 첫 사례가 이번 사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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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선수들 다수가 기록석으로 달려가 공격적인 어필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몇분이 지연됐다. 그런데 그들 중 1명(디미트로프)과 내가 한 어필이 똑같이 경고 1개씩 받았다. 부디 배구 규정을 준수해주길 부탁한다."
블랑 감독은 이후 현대캐피탈의 상황에 대해서는 "경기 내내 리시브도 흔들렸고, 서브 범실도 너무 많이 나왔다. 우리 선수들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다시 캐슬로 돌아가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OK저축은행도 피해자가 됐다. 이들은 이후 경기 내내 홈팬들의 어마어마한 야유 속에 싸워야했다.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처음부터 감독관이 정확한 판정을 내렸어야한다. 상대 미들블로커도 (터치아웃이라고)인정하더라"면서 "감독관이나 심판이 사람이다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천안=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