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숙소에서 펑펑 울었더니" 트레이드 승부수의 각성, 우승 후보 1순위의 위엄 되찾았다

최종수정 2025-12-11 15:18

"라커룸, 숙소에서 펑펑 울었더니" 트레이드 승부수의 각성, 우승 후보 …
26일 화성종합스포츠타운 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IBK기업은행-흥국생명전. 기업은행 여오현 감독대행이 데뷔전에서 3대0 승리를 거뒀다. 여 대행이 임명옥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화성=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1.26/

[장충=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그때가 마지노선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어요. 라커룸에서, 숙소에서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계속 울고 한번 쏟아내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IBK기업은행 리베로 임명옥은 지난달 19일 화성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한 뒤 펑펑 울었다. 팀은 6연패에 빠져 있었고, 지난달 22일 화성 현대건설전마저 0대3으로 패해 7연패에 빠지자 김호철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그만큼 팀 분위기가 안 좋았다.

임명옥은 올 시즌을 앞두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도로공사는 임명옥과 종전 연봉 3억5000만원에서 2억원이 삭감된 1억5000만원(연봉 1억+옵션 5000만원)에 계약한 뒤 현금 트레이드로 기업은행에 보냈다. 2019~2020시즌부터 6년 연속 베스트7으로 선정된 리그 최고 리베로의 자존심에 금이 간 사건이었다.

기업은행은 임명옥이 합류하면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기업은행은 시즌을 앞두고 KOVO컵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개막과 함께 이소영이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본인이 계약 해지를 요청해 팀을 떠났고, 주전 세터 김하경도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여러모로 팀이 흔들렸다.

임명옥은 2라운드에도 친정팀 도로공사에 무기력하게 졌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임명옥은 "(강)소휘(도로공사)의 인터뷰를 봤다. 우리와 1라운드 경기에서 이긴 뒤부터 도로공사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하더라. 우리는 그때부터 연패가 시작됐다. 2라운드 때는 경기력이 정말 말도 안 되는 경기를 했다. 그때가 마지노선이었다. 너무 힘들었다. 라커룸에서 숙소에서 계속 울었다. 펑펑 울고 나니까, 한번 쏟아내니까 괜찮아지더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충격적인 7연패를 끝으로 김호철 전 감독이 물러나고, 여오현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업은행은 우승 후보의 저력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화성 흥국생명전 3대0 완승을 시작으로 10일 장충 GS칼텍스전 3대0 승리까지 4연승을 질주했다.

여오현 대행은 4연승 상승세와 관련해 "비결은 없다. 선수들이 열심히 잘 따라주는 게 힘인 것 같다. 어쨌든 나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연패도 많이 해봤고, 승리도 많이 해봤다. 승리할 때는 자도자가 말 안 해도 잘한다. 재미있고 신나고. 분위기기가 무거워지면 서로 눈치만 본다. 지도자들이 어떻게 풀어줄 것인지 생각했다. 다행히 우리 선수들이 훈련할 때도 경기장 안에서도 대화하는 게 자주 보인다. 지고 있어도 괜찮다고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온다"며 힘든 시기를 견딘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라커룸, 숙소에서 펑펑 울었더니" 트레이드 승부수의 각성, 우승 후보 …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의 경기. IBK 리베로 임명옥이 세터 박은서를 격려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2.10/

"라커룸, 숙소에서 펑펑 울었더니" 트레이드 승부수의 각성, 우승 후보 …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의 경기. IBK 임명옥이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2.10/

임명옥은 "연패만 끊으면, 연패하는 동안에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연패를 끊고 우리가 생각했던 배구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4연승까지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이겨서 기분 좋다"고 했다.

달라진 팀 분위기와 관련해 임명옥은 "소통이 제일 첫 번째다. 전에는 연패를 하다 보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코트 안에서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코트 안에서 우리끼리 대화하게끔 해주시고, 타임을 불렀을 때도 여오현 대행님이 우리끼리 대화할 시간을 할애해 주시면서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리시브가 불안한 킨켈라를 아포짓으로 돌리고, 빅토리아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리면서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육서영도 리시브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지만, 임명옥을 믿고 과감히 시즌 도중 포지션 전환을 꾀한 효과를 보고 있다.

임명옥은 "그래도 나를 믿고 그렇게 포메이션을 짜 주시니까. 범실을 해도 내가 하자는 생각으로 한다. 어디를 먼저 커버해야 할지를 아직도 고민이다. 그러다 리시브 범실을 하기도 하는데, 그걸 크게 생각하지 않아서 다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힘들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내가 조금 궂은일을 하면 킨켈라도 잘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부족한 동료들의 몫까지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기업은행은 최근 상승세 덕분에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5승8패, 승점 16점. 3위 GS칼텍스와 승점 3점 차이에 불과해 언제든 상위권까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임명옥은 "우리가 밑에 있는 동안에 중간 팀들이 져도 풀세트까지 가서 지거나 (승점을) 따도 적게 따고, 그런 게 반복돼서 우리한테는 도움이 됐다. 다행이다 싶다"고 웃으며 조만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길 기대했다.


"라커룸, 숙소에서 펑펑 울었더니" 트레이드 승부수의 각성, 우승 후보 …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의 경기. IBK 임명옥이 리시브를 시도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2.10/

장충=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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