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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2군은 왜 대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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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 캠프 때 저녁식사 후 쉐도우 피칭을 하고 있는 히어로즈 투수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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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에 앞서 진행되는 프로야구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국내 구단들은 1982년 출범 초기부터 겨울 추위를 피해 따뜻한 해외로 날아가 봄을 준비했다. 올해는 NC 다이노스와 KIA, 히어로즈가 애리조나를 1차 전지훈련지로 선택했고, 나머지 구단들은 일본 규슈, 오키나와, 괌, 사이판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2월 초중순에 날씨가 좋은 애리조나나 플로리다로 이동한다. 일본 프로야구 팀들은 규슈 남부 미야자키나 가고시마, 아열대 기후대인 오키나와를 찾는다. 미국과 일본는 자국 내에 전지훈련이 가능한 지역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추운 날씨 때문에 1~2월에 국내에서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기가 어렵다.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이 갖춰진 장소에서 부상 걱정없이 효율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기에 구단들은 매년 10억원이 넘는 돈을 해외 전지훈련에 투자한다. 해외 전지훈련은 선수단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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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외 전지훈련은 1군 선수나 1군 진입 가능성이 있는 1.5군 선수, 유망주 등 40여명을 위한 것이었다. 최근까지 그랬다. 1군 선수들이 뜨거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땀을 흘리는 동안 2군 선수들은 남해 등 남부지방에서 훈련을 했다. 실력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2군 선수이기에 겨울 국내 전지훈련은 당연히 감내해야하는 걸로 알았다. '1군=해외 전지훈련, 2군=국내 전지훈련'은 불변의 수학공식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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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넥센 히어로즈가 올해는 2군까지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시킨다. 김성갑 감독이 지휘하는 히어로즈 2군 선수단이 2월 3일 대만으로 출발해 3월 초까지 전지훈련을 한다. 물론, 2군 해외 전지훈련은 2008년 구단이 출범한 후 처음이다. 당초 중국을 염두에 두고 추진했으나 최근 장소를 변경했다.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30여명이 함께하며, 대만 대학팀과의 연습경기 일정도 잡혔다.

재벌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기업구단과는 거리가 먼 히어로즈가 2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2군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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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2군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2군은 1군에서 제대로 활약을 못한 선수가 잠시 머무는 곳,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가 컨디션을 조정하는 곳, 신인급 선수가 1군 데뷔를 준비하는 곳이었다. 사실 2군은 내일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선수들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한때 야구를 잘 했지만 지금은 낙오된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2군 선수 육성은 이제 구단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사안이 됐다.

김성갑 히어로즈 2군 감독은 "매년 2군에서 1~2명씩 1군으로 올라가 줘야 팀에 활기가 돌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1군에서 부상자가 나오거나 공백이 생겼을 때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는 예비전력을 2군에서 키워내야 한다. 2군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한데, 구단이 이런 면을 크게 신경쓰고 있다. 따뜻한 지역에서 마음껏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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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야구팀이 50여개에 불과한 우리나라 야구 현실에서 프로구단들은 늘 선수 자원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1군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
지난 가울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된 마무리훈련. 염경엽 감독이 장효훈의 투구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답은 자체 선수 육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 등 최근 몇년간 2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오랜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최고의 선수로 올라가는 사례가 많았다. 입단 초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활짝 꽃을 피우는 선수가 늘었다. 2군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현실적인 면도 대만행에 영향을 줬다고 봐야할 것 같다. 히어로즈는 전남 강진을 홈으로 쓰고 있는데, 한겨울 추위 때문에 정상적으로 훈련을 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면서 히어로즈 2군 선수들은 야외 배팅훈련을 하지 못하고 실내연습장에서 공을 때렸다. 1군 선수들보다 더 훈련을 많이 해야할 2군 선수들이 추위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남부지역은 서울에 비해 평균 기온이 4~5도 정도 높지만, 바닷바람이 거세 체감온도가 떨어진다.

서울에서 강진은 자동차로 5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하지만, 선수들은 절해고도에 갇혀 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전년도 시즌이 끝나고 새 시즌이 시작될 까지 길게는 4~5개월을 갖혀 있어야 한다. 김성갑 감독은 "선수들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히어로즈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2군 육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2군 해외 전지훈련은 지난해 삼성이 처음 시작했다. 선수층이 가장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은 올해도 괌에 2군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1군 선수단이 괌에서 1차 훈련을 소화한 뒤 오키나와로 이동하는데, 다음달 6일 1군이 사용하던 곳으로 날아가 훈련을 한다.

히어로즈와 삼성 외에 SK와 KIA까지 올해는 4개 구단 2군이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KIA는 이번달 말에, SK는 다음달 중순 중국으로 날아간다. KIA는 운남성 징홍에 캠프를 차리고, SK는 광저우를 검토하고 있다. KIA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징홍은 요즘 낮 최고기온이 야구를 하기에 좋은 영상 25도 안팎이라고 한다.

해외 전지훈련을 결정한 구단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훈련의 효율성을 이야기 했다. 조금 더 투자해 따뜻한 지역에서 제대로 훈련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경삼 SK 단장은 "제주도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남부지방이 다른 곳 보다 덜 춥다고 하는데,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비용도 국내와 중국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항공료 정도만 추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3주 정도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SK는 소요 비용으로 1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SK 2군은 그동안 남해 등 남부지방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한편, 두산 2군 선수단은 다음달에 한달 일정으로 부산에 내려간다. LG는 진주 연암공대, 롯데는 김해 상동구장, 한화는 진해구장, NC는 마산구장에서 훈련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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