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루이스 피구가 '친정팀' 바르셀로나의 누캄프로 돌아오자 팬들은 엄청난 야유와 오물세례를 건냈다. 비슷한 시기에 AS로마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피오렌티나를 상대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골을 넣은 뒤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축구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피구가 축구계가 얼마나 냉혹해졌는지 보여줬다면, 바티스투타는 축구에 아직 낭만이 있음을 증명해냈다." K-리그에도 이러한 낭만이 살아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 개막전 상대로 전북이 결정됐을때 대전의 관계자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엇다. 전북에는 '대전의 레전드' 최은성과 '지난시즌의 영웅' 케빈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은성은 대전의 상징이었다. 숱한 이적제의를 뿌리치고 15년 동안 대전의 골문을 지켰다. 그러나 2012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과 재계약 협상에서 마찰이 있었다. 은퇴위기까지 몰렸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대전 팬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응원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파문의 중심에 있었던 김광희 대전 사장은 결국 사퇴해야만 했다.
은퇴의 기로에 섰던 최은성은 전북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물간 선수 취급을 받았던 최은성은 펄펄 날았다. 수비불안으로 허덕이던 전북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며 팀이 2위로 2012시즌을 마감히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전북은 최은성에게 재계약을 선물했다.
케빈은 지난시즌 대전 잔류의 일등공신이었다. K-리그 최초의 벨기에 출신 공격수로 이름을 올린 케빈은 초반 부진을 딛고 무려 16골이나 집어넣었다. 경기장 밖에서도 매너있는 태도로 사랑을 독차지했다. 대전은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케빈은 너무 큰 거물이 됐다. 결국 케빈은 전북의 녹색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최은성은 499번째 경기를 위해 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1년만이었다. 최은성은 반대편 골문에 선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전북의 관계자는 "최은성이 경기 전부터 말을 아꼈다. 아무래도 아직도 대전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기에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최은성의 선발기용에 대해 "그가 대전의 레전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가 어린 선수였다면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겠지만, 최은성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를 믿는다"고 했다.
경기 시작 최은성이 골문으로 뛰어가자 대전 서포터스는 아낌없는 박수를 건냈다. 최은성은 그들의 박수로 화답했다. 최은성은 대전팬들의 환대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멋진 선방을 계속했다. 백미는 후반 20분이었다. 드라마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케빈의 반칙으로 대전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주앙파울로가 나섰고, 그가 찬 볼은 최은성의 몸에 가로막혔다. 대전팬들은 아쉬워했지만 원망하지 않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케빈도 오랜만에 대전팬을 만났다. 그 역시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후반 23분 골을 기록한 케빈은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팬들도 적이 된 케빈에게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최은성과 케빈은 전북 서포터스에 인사를 건낸 뒤 대전 서포터스 앞으로 달려가 인사를 건냈다. 최은성은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그들은 영원한 '대전의 레전드'였다. 축구에서 낭만은 죽지않았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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