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예언자'였다.
4일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전자랜드와의 2차전을 앞두고 느닷없이 선수들 칭찬을 했다.
"우리 선수들은 고참, 후배 가릴 것없이 밤낮으로 각자 알아서 체력훈련을 하기때문에 PO시즌이라고 딱히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날에는 정해진 시간 훈련을 위해 체육관으로 이동하려고 버스를 타면 자리에 없는 선수가 더 많은데 알고보면 체육관에 미리 와서 운동하고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평소 생활부터 신-구의 조화가 잘 이뤄진다는 설명이었다. 비단 농구뿐인가. 모든 스포츠 감독들의 '로망'이 신-구 조화다. 베테랑 선배가 경험을 바탕으로 이끌어주고, 새파란 후배가 패기로 따라주면 더이상 바랄 게 없기 때문이다.
유 감독이 이날 선-후배가 유기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강조한 속뜻은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입증됐다.
지난 2일 1차전(82대63 승)에서는 외국인 센터 라틀리프가 3, 4쿼터에 깜짝쇼를 펼친 덕분에 승리를 거뒀다.
그랬던 모비스가 2차전에서는 높이와는 상관없는 투 가드 양동근(32·1m81)-김시래(24·1m78)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공교롭게도 이들 둘은 유 감독이 말한 신-구 조화의 모범 케이스였다. 프로 9년차 양동근은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 2회의 관록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 가드에 속한다. 이번 시즌에 프로에 데뷔한 김시래는 자신의 롤모델을 양동근으로 삼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이 보여준 환상의 신-구 조합은 이날 2차전을 93대58 대승으로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향한 9부능선을 넘게 만들었다.
모비스는 오는 6일 인천에서 벌어지는 3차전에서 승리하면 3시즌 만에 챔프전에 진출하게 된다.
양동근-김시래 효과가 강력하게 빛을 발한 것은 3쿼터였다. 전반까지는 양동근이 무득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양동근은 "너무 흥분해서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어시스트 4개를 배달하고, 가로채기 3개를 기록하면서 1쿼터에 17-26으로 뒤졌던 흐름을 2쿼터에 35-37까지 따라붙는데 일조했다.
그 사이 김시래는 7득점 2어시스트로 양동근의 늦은 발동을 메워줬다. 비로소 3쿼터가 시작되자 두 콤비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유 감독이 전반까지 시원치 않았던 수비 집중력을 만회하기 위해 로드 벤슨을 투입, 도움수비에 치중하자 앞선에 기회가 많아졌다.
3쿼터를 시작한 지 48초 만에 37-37 동점포를 터뜨린 양동근은 3쿼터에만 12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1가로채기를 기록하며 전세를 순식간에 뒤집었다.
김시래 역시 형님 양동근을 따라 득점 욕심 대신 3리바운드와 4어시스트를 추가하며 전자랜드의 혼을 쏙 빼놨다. 결국 전자랜드가 3쿼터에 10득점밖에 하지 못한 대신 모비스는 33점을 쏟아부으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이날 양동근(12득점, 5리바운드, 8어시스트, 4가로채기) 김시래(12득점, 4리바운드, 7어시스트, 1가로채기)가 내놓은 성적표는 벤슨(20득점, 6리바운드), 문태영(20득점, 11리바운드)보다 실속있었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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