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은 새롭지 않다, 그런데 싸이는 새롭다. 새롭다 못해 경이롭다.
12일 0시에 음원을 전격 발표한 싸이의 신곡 '젠틀맨'을 향한 시선엔 분명 온도차가 있다. 전세계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던 '싸이표 B급 문화'가 더 유쾌해졌다는 평가. 그러나 '강남스타일'과 유사한, 익숙한 클럽음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이처럼 엇갈린 평 속에서 음원 공개 직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관련 주가들이 콘서트와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주말을 보내고 일제히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싸이가 이번에 신곡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놓고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 엔터비즈니스의 지형적 한계를 뛰어넘은 싸이는 디지털 노마드족들을 단번에 사로잡으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티스트로서 싸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지 몰라도,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에 어필하는 싸이의 매머드급 행보에 시장은 일제히 뜨겁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협찬'해주시던' 대기업, 이번엔 싸이 앞에 넙죽
'콘서트장이야? 상품 박람회야?'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콘서트 '해프닝' 현장. 하늘엔 '하이트진로 d'의 비행선이 날고 뚜레쥬르, 비비고 등 CJ 브랜드의 부스들이 행사장 곳곳을 채웠다.
이쯤되면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한국 콘서트 역사는 '젠틀맨'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 판이다. 과거 콘서트에 대기업은 협찬을 '해주셨고', 가수는 그 혜택을 받기 위해 어필해야 했다. 그런데 싸이는 이 '갑을(甲乙) 관계' 자체를 바꿔버렸다. 이번 콘서트 현장은 바로 그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번에 발표된 신곡 '젠틀맨'을 놓고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싸이가 깔아놓은 멍석에서 재미 좀 보자고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그러다보니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제품 몇개 협찬해주는 수준을 넘어선 매머드급 마케팅전이 펼쳐졌다.
콘서트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CJ그룹이 대표적인 예. 그동안 '헛개수' 등 다수의 CJ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싸이는 엠넷이 주최하는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나선데 이어 음악 시상식인 MAMA에도 참여하는 등 깊은 인연을 자랑해왔다.
일찍이 콘서트 '해프닝' 후원을 확정한 CJ는 아예 그룹차원에서 움직였다. 브랜드 페스티발 콘셉트를 내세워 대규모 부스를 차렸고, 단순한 전시 관람 수준을 벗어난 게임과 체험, 플래시몹, 디제잉 등으로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오전 11시부터 공연 직전까지 운영된 브랜드 부스엔 100명이 넘게 줄을 서는 등 성황을 이뤘다. "마케팅 대비 10배 이상의 광고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 CJ 그룹 측의 자평이다.
'싸이 테마주'라고 알랑가몰라
'이 정도로 대단했어?' 유통, IT, 레저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싸이 광풍에 업계 관계자들도 깜짝 놀라고 있다. 이전 한류스타의 드라마나 영화에 협찬을 하면서 봤던 홍보 효과와는 아주 급이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
일단 반응이 아주 즉각적이다. 그리고 매머드급이다. 유튜브의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공개 이틀만에 5000만뷰를 돌파하는 등 기록행진을 이어가는 덕이다. 직접적으로 뮤직비디오에 브랜드나 장소 노출을 시키는데 성공한 업체들은 상상 그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젠틀맨'의 메인 촬영지인 한 복합문화공간은 다음달 오픈을 앞두고 표정 관리에 애를 먹을 정도다. 해당 복합문화공간 측은 "연면적 약 1만㎡ 돔형 실내골프 연습장 4개층을 협찬하는 등 대규모 지원을 했다. 중국 등 아시아 팬들 유치를 목표로 하고 세워진 이곳의 초기 돌풍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증권가도 들썩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싸이는 이제 주가를 움직이는 파워맨이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싸이의 부친이 대표로 있는 디아이,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싸이를 내세운 캐릭터 계약 등을 한 업체 등 소위 '싸이 테마주'가 무섭게 뜨고 있는 것.
'젠틀맨'이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 YG엔터테인먼트는 전거래일보다 1만100원(13.48%) 오른 8만5000원에 거래가 마무리 됐다. 또 '싸이 테마주'의 대표주자인 디아이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종가 1만1600원을 기록했다.
디지털로드 2기의 파이어니어 싸이, 그가 특별한 이유
디지털로드 1기의 수혜를 톡톡히 본 싸이. 앞서 선배들이 개척해놓은 길을 따라 '강남스타일'을 일약 글로벌 히트곡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전세계 싸이팬들은 한국 음악, 나아가 '메이드 인 코리아'의 그 모든 것에 익숙해지게 됐다. 디지털 노마드족과 글로벌 SNS로 소통해온 싸이는 아주 쉽게, 그리고 빠르게 그들을 한국 문화, 나아가 한국 제품의 잠재적 소비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길을 따라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팔리는 디지털로드 2기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제 싸이를 등에 업은 기업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큰 글로벌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될 수도 있다.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에 PPL을 한 것보다 더 큰, 그리고 장기적인 효과를 누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싸이의 콘서트를 본 전세계 네티즌들은 단순히(?) 노래만 들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한국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노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싸이와 연결고리를 만든 회사들은 하나같이 해외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싸이 프로젝트'를 말하고 있다. 싸이를 모델로 내세운 농심은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면블랙'의 성장세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구상이다.
앞서 언급한 CJ 그룹도 싸이를 통해 전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이뤘다고 자평하고 있다. 유튜브 생중계 동시 접속자수가 15만 명이었던 것도 놀랍지만, 공연 직후 폭발적인 속도로 올라오고 있는 싸이 콘서트 관련 영상과 기자회견 영상 등을 통해 CJ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비고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가속화에 있어서, 싸이 덕을 톡톡히 보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브랜드 하나를 해외에 알리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냐. 그런데 싸이는 시간적 공간적 그리고 자본의 한계마저 뛰어넘는 진정한 글로벌 마케팅의 가능성과 효과를 입증했다"며 "지금 싸이는 한국 음악계가, 엔터비즈니스계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사건'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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