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선수들이 "타순은 숫자일뿐이다"라고 말한다. 타순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하는 것. 그러나 이상하게도 타순에 따라서 선수들의 성적이 차이가 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중심타자일 때 성적차가 나는 예가 많다. 올시즌 롯데의 경우 이대호와 홍성흔이 떠난 4번 자리에 강민호 김대우 박종윤 등 여러명을 기용했으나 신통치않았고 최근엔 전준우가 나서고 있다. SK도 올시즌 4번 타자 때문에 힘들었다. 최 정이 4번을 치기도 했고, 신예 한동민에게 맡기기도 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상현을 4번에 기용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던 이만수 감독은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는 박정권에게 4번 자리를 줬다. 아무래도 중심타자가 될 경우 잘쳐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듯한 모양이다.
이 감독은 13일 인천 KIA전에 5번 타순에 김강민을 기용했다. 타순에 따른 멘탈에 대해 얘기를 하던 이 감독은 "오늘 김강민을 5번에 넣었는데 그전에 두번 정도 5번에 배치했을 때 스윙이 커지더라. 오늘은 그러면 안되는데…"라고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강민은 이전까지 5번 타순에서 5타수 무안타로 성적은 좋지 못했다.
보통 중심타자가 아니었던 선수가 중심타자가 됐을 때 부담감 등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우가 잦지만 이 감독은 반대의 경험을 했었다. 프로 원년부터 4번타자를 쳤기 때문에 중심타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던 이 감독은 오히려 타순이 떨어졌을 때 '멘붕'이 왔다고. 이 감독은 "4번을 치다가 못치니까 5번으로 내려가고 김성래가 4번을 쳤다"면서 "자존심이 상해서 오히려 슬럼프가 왔었다"고 했다.
이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다. 김강민은 1회말 1사 만루서 싹슬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렸고, 3회엔 솔로포까지 날리며 혼자 4타점을 올려 팀 공격의 중심이 됐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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