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선수들이 코트를 누비는 핸드볼에서 선수들이 가장 기피하는 포지션은 어디일까.
골키퍼 자리가 가장 먼저 꼽힌다. 6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상대 수비라인을 휘젓는 모습을 지켜 볼 뿐이다. 가끔 상대 골키퍼가 비운 골문을 향해 던지는 롱슛은 핸드볼의 백미 중 하나다. 하지만 흔한 장면은 아니다. 굳은 일을 도맞는 자리다. 평균시속 100km가 넘는 슛을 온 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좁은 코트 안에서 펼쳐지는 승부인 만큼 얼굴에 볼을 맞고 쓰러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팔과 다리 온 몸에 성한 구석이 없다. 강일구 오영란 등 올림픽무대를 빛낸 우생순 주역의 활약엔 열광할 뿐, 모두 피하는 자리다.
이렇다보니 골키퍼 자리는 국제 대회에 나서는 한국 핸드볼의 가장 큰 약점이 된 지 오래다. 남자 핸드볼의 경우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제5회 국제핸드볼연맹(IHF) 세계청소년선수권(19세 이하)에 출전한 24개국 중 1m90이 넘는 골키퍼를 갖지 못한 곳은 한국 일본 앙골라 가봉 4개국 뿐이다. 이 중 일본은 1m89인 가쿠미 니시데가 버티고 있고, 앙골라와 가봉은 유럽팀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탄력 넘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한국 골문을 지키고 있는 장민관(19·한체대) 김수환(19·강원대)은 필드플레이어로 핸드볼을 시작했다가 골키퍼로 전향한 선수들이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 중인 유럽 팀 대부분은 선수 입문기부터 골키퍼 포지션을 따로 훈련시킨다. 골키퍼 방어율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핸드볼의 특성을 일찌감치 꿰뚫어 보고 내린 조치다.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유럽의 벽에 매번 막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1일(한국시각) 헝가리 부다요시 스포츠홀에서 가진 카타르와의 대회 예선 B조 첫 경기는 골키퍼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두 명의 골키퍼가 번갈아 자리를 지킨 한국의 슛 방어율은 25%에 그쳤다. 전문적으로 골키퍼 교육을 받은 동유럽 선수를 귀화시켜 나선 카타르는 50%를 훌쩍 넘는 방어율을 기록했다.
핸드볼은 여전히 비인기종목이다. 프로스포츠의 그늘에 가려 선수 수급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주저 앉아야 할까.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스위스리그에서 활약했던 한경태 남자 청소년대표팀 골키퍼 코치(38)는 "핸드볼도 전임 골키퍼 코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능한 골키퍼 재목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시작해 서서히 아래로 뿌리를 내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유럽의 벽을 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부다페스트(헝가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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