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재하 대구FC 대표이사의 사임 결정은 없던 일이 됐다.
김 대표는 26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로서 시즌을 마무리하지 않고 그만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사려깊지 못한 잘못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초 대구FC가 13게임에서 1승도 못해 잠도 안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또 재정문제 등으로 시민구단의 한계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단을 사랑하는 팬들과 어려운 여건에도 소신껏 일하도록 도와준 대구시 등에 죄송했다"며 "순간적으로 생각이 짧았다.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최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대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대구시와의 갈등이었다. 대구시는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데다 운영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특히 올 시즌 초반 13경기 연속 무승으로 침체기에 있을 때 많은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사임의사를 밝히자 대구 서포터와 언론들은 입을 모아 김 대표를 옹호하고 대구시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연간 100여회에 달하는 지역봉사 활동 등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펼쳤다. 대구FC의 이미지 상승에 주력했다. 이 결과 대구FC의 평균 관중수는 2010년 4539명, 2011년 6344명, 2012년 7568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에 당황한 대구시에서 김 대표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와 이야기를 끝낸 김 대표는 사임 철회를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내년 1월까지 남은 5개월간 최저 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더욱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도록 경기 외적인 이벤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며 "남은 기간 팬, 시민, 선수단과 똘똘 뭉쳐 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의 사임 번복으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현재의 시도민구단 구조상 이와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시도민구단들은 재정의 상당부분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의 입김이 세질 수 밖에 없다. 몇몇 시도민구단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내려온 공무원들이 구단에 파견되어 살림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파견 공무원들이 스포츠 경영에 비전문가들일 경우 구단으로서는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시도민구단은 해당 지역의 정치 상황에도 민감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구단의 사장이 바뀌는 일이 꽤 많다. 이 때문에 구단 구성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경영을 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줄대기에 급급한 경우도 꽤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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