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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디스는 왜 명예훼손에서 자유롭나? 디스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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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계에 디스 전쟁을 불러온 이센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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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계가 주말 내내 디스(diss)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기까지 한 디스에 힙합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까지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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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줄임말로, 1980년대 미국 힙합 음악에서 가사를 통해 특정인을 비판하고 공격한 데에서 유래됐다. 힙합계에서는 디스가 하나의 문화로 여겨지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상대방 바로 앞에서 비판하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동안에는 주로 힙합 마니아 사이에서 거론되던 디스가 갑자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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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가 디스한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오른쪽). 스포츠조선DB
주말 디스전 어떻게 전개됐나?

시발점은 지난 23일 새벽 이센스가 발표한 '유 캔트 컨트롤 미(You Can´t Control Me)'. 이센스는 이 곡을 통해 전 소속사인 아메바컬쳐와 같은 소속사 선배인 다이나믹듀오 개코를 직접 언급하며 디스를 했다. 가사에는 '회사는 발목을 자르고 목발을 줘. 말 잘 들으면 휠체어 하나 준대.(중략) 이거 듣고 나면 대답해 개코, 지난 5년간 회사 안에서 날 대했던 것처럼, 뒤로 빼지마 날 위한 마지막 존중'이라며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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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이센스가 아메바컬쳐와 전속 계약을 끝낸 상황에 대해 여러 궁금증을 낳고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스윙스가 '황정민(King Swings Part 2)'을 공개하며 사이먼디를 비롯해 여러 래퍼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디스해, 불 붙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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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는 상대방이 맞대응해야 더 뜨거워 지는 법. 이센스의 디스에 개코가 하루 뒤인 24일 대응곡 '아이 캔 컨트롤 유(I Can Control You)'를 발표했다. 개코는 이 곡을 통해 '간만에 좀 커지겠지, 매일 풀려 있는 니 동공, 넌 열심히 하는 래퍼 애들한테 대마초를 줬네'라며 이센스의 대마초 흡연 사건을 직접 거론했다. 이어 '너같이 관심병 환자들. 투정뿐인 무뇌야. 암적인 존재, 니 존재 자체가 독'이라는 등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사이먼디가 25일 자신을 디스한 스윙스를 향해 '컨트롤'이라는 곡으로 맞대응을 했다. 사이먼디는 "내 이름을 팔고서야 넌 1등을 찍지. 이 XX놈아. 돼지XX 여전히 불판 위에서 아직 덜 익었네"라고 스윙스를 정조준했다.

이센스와 사이먼디가 활동했던 슈프림팀.
켄드릭 라마의 나비효과?

주말을 뜨겁게 달궜던 이센스와 개코의 디스 전쟁을 두고 많은 이들이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를 언급하고 있다. 이현도는 자신의 트위터에 "켄드릭 라마가 지른 불이 한국까지 번졌네"라고 밝혔고, 박재범 역시 "켄드릭 라마 덕분에 한국 힙합까지 불타 올랐네요"라고 흥분했다.

그렇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켄드릭 라마는 무슨 상관이 있었던 것일까?

신인 힙합 뮤지션인 켄드릭 라마는 올해 미국 래퍼 빅션의 '컨트롤(Control)'이라는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제이 콜, 에미넴, 제이 일렉트로닉스, 빅 크릿 등 유명 힙합 뮤지션들을 디스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미국 힙합 뮤지션들이 SNS를 통해 상대를 디스하는 곡들을 잇따라 발표하며 한바탕 전쟁이 펼쳐진 것.

이센스와 개코가 서로를 디스하며 이용한 비트가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이었다. 이에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디스 전쟁이 한국 힙합계에 폭풍을 몰고 왔다며 켄드릭 라마의 나비효과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디스는 명예훼손에서 자유롭나?

디스가 비록 힙합문화를 구성하는 한 요소라고는 하나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저렇게까지 말해도 되나?'라는 의아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서로를 비난하는 곡을 발표하다보면 당연히 기분이 상하게 되고 자칫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주먹다짐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법적으로는 명예훼손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힙합계에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소니 뮤직의 이세환 차장은 "디스한 곡에 대해 명예훼손을 걸면 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래퍼는 없을 것이다"며 "디스에 대해서는 디스로 맞대응하면 되는 것이지 그걸 가지고 랩 이외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그 시장에서 매장될 행동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디스는 권투나 이종격투기와도 같다. 링 위에서야 서로 피터지게 싸우지만 경기가 끝나면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를 격려해준다"고 덧붙였다.

그런만큼 나름의 룰이 있다. 이 차장은 "디스를 하더라도 허용되는 선이 있다. 이번 디스 전쟁도 한두번으로 끝을 내야지 계속 디스로 가다보면 선을 넘고 추한 전쟁이 되어 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힙합계에서는 이번 디스 전쟁을 환영하는 분위기. 그동안 음원 시장이 중요해지며 힙합계가 지나치게 사랑을 주제로 노래를 했다면, 이번에 디스 전쟁이 주목을 받으며 힙합의 본래 모습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세환 차장은 "디스곡은 그 내용의 진실성보다는 곡의 완성도와 내용을 어떻게 풀어냈느냐에 더 열광하는 것이다. 이센스와 개코의 디스전 역시 완성도 면에서 마니아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에 더욱 환영을 받는 것"이라며 "개그는 개그일 뿐인 것과 마찬가지로 랩은 랩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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