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우완 윤성환(32)은 화려하지 않다. 대놓고 자랑할만한 대표 경력도 딱히 없다. 그렇다고 스스로 나서 자신을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한다. 그는 항상 똑같다. 이게 윤성환의 매력 포인트다.
윤성환은 2009년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14승으로 공동으로 나눠가졌다. 이미 한 차례 정상에 서봤지만 그는 우쭐대지 않는다.
윤성환은 2년 연속으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냉정한 승부사다. 그는 투수 왕국 삼성의 수많은 투수 중에서 윤성환을 선택했다. 류 감독은 "윤성환이 가장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7전 4선승제인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는 기선제압 차원에서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1차전 선발이 갖는 중압감은 클 수밖에 없다.
윤성환은 2012년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 등판, 삼성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또 5차전에서 선발로 나가 승리, 2승을 책임졌다.
당시 한국시리즈 MVP로 이승엽(8안타 1홈런 7타점)이 뽑혔다. 윤성환은 이승엽 못지 않은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일찌감치 1차전 선발 통보를 받았다. 윤성환에게 더없는 영광이다. 삼성 마운드에는 푸른피의 에이스 배영수가 있다. 배영수는 이번 시즌 공동 다승왕이다. 또 지난해 다승왕 좌완 장원삼이 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파이어볼러 밴덴헐크도 있다. 힘이 넘치는 좌완 차우찬도 있다. 윤성환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2년 연속으로 소속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윤성환은 올해 두산을 상대로 많이 두들겨 맞았다. 총 4번 맞대결해 1승3패. 피홈런 2방, 17실점. 상대한 7팀 중 두산전 성적이 가장 나빴다.
윤성환은 그래도 기죽지 않았다. 그는 "두산전 성적이 안 좋았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시즌 막판 두산 상대로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이 좋았기 때문에 그 기분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했다.
윤성환은 지난 3월 31일 두산전에서 3⅓이닝 6안타 4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7월 6일 두산전에선 5이닝 8안타 4실점, 패전을 기록했다. 8월 23일 두산 상대로 6⅓이닝 7안타 7실점(4자책)으로 또 패전투수가 됐다. 그리고 9월 17일 두산전에서 6⅔이닝 6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윤성환은 오치아이 전 삼성 투수코치가 인정한 '소리없이 강한' 선수다. 오치아이 코치는 윤성환의 제구력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전문가들이 윤성환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구속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직구 스피드는 140㎞ 초중반이다. 고만고만한 구속이다.
하지만 대신 정교한 변화구 제구력을 갖고 있다. 언제라도 커브와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
윤성환은 자신을 변화구 투수로 보는 시각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직구에 자신감이 있다. 숫자로 찍히는 구속 보다 공끝의 움직임이 좋고, 회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파이어볼러가 아니지만 타자들을 잘 피하지 않는다.
그는 저승사자 처럼 마운드에서 포수의 미트만 보고 공을 뿌린다. 돌부처 오승환(삼성) 이상으로 윤성환은 표정의 변화가 없다. 그 모습을 보고 반한 여성팬들이 한둘이 아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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