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이지만, 짧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겠다."
25일 오후(한국시각) 돈캐스터에 도착한 윤석영(22·QPR)의 다짐이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돈캐스터는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레프트백 윤석영의 2개월 단기임대를 공식발표했다. 2013년 12월31일까지 두달간 돈캐스터 왼쪽수비를 책임진다. 하룻밤새 유니폼도, 그라운드도, 잠자리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진정한 의미의 새출발이다.
윤석영의 잉글랜드 진출 후 10개월은 지독한 시련이었다. 지난 1월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풀럼이 동일조건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우여곡절끝에 강등권 QPR로 떠밀려갔다. 피말리는 강등전쟁을 치르던 QPR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해리 레드냅 감독은 강등 확정후 잔여경기에서 기회를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경기 전날 훈련도중 햄스트링을 다쳤다. 프리미어리그 데뷔가 좌절됐다.
윤석영은 이를 악물었다. 2부리그 강등 후 프리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적이 예상됐던 포지션 경쟁자 트라오레가 잔류하고, 토트넘 시절부터 레드냅의 애제자였던 아수 에코토가 영입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브라질-말리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출국하기 직전 윤석영은 해리 레드냅 QPR 감독과 면담했다. 내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국가대표 수비수로서 출전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레드냅은 출전시간이 절실한 윤석영의 단기임대에 동의했다. 직접 팀을 알아봐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긴급 임대의 경우 득점력을 보강하기 위한 공격수 영입이 많다. 시즌중 수비라인의 변화는 부담스럽다. 당초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윤석영의 단기임대는 25일 극적으로 성사됐다. 런던 현지시각 24일 밤 돈캐스터의 공식 제안이 들어왔다. 윤석영을 원한 이유는 확실했다. 주전 왼쪽 풀백 제임스 허스번드(19)가 어깨 부상으로 전치 12주 판정을 받았다. 허스번드의 이탈 후 돈캐스터는 19일 레딩전에서 1대4로 완패했다. 유능한 레프트백을 원하는 돈캐스터와, 규칙적인 출전시간을 원하는 윤석영의 이해가 딱 맞아들어졌다. 퍼즐이 풀렸다.
계약서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가능한 빨리 와달라는 폴 디코프 돈캐스터 감독의 특별요청이 있었다. 25일 아침 계약서에 사인하자마자 런던에서 영국 북부 요크셔주 돈캐스터로 달렸다. 구단과 인사를 나눈 뒤, 이날 오후 원정경기가 열리는 미들스브러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디코프 감독은 윤석영에게 "오늘 뛸 수도 있으니 준비를 잘하라"고 지시했다. 등번호 27번을 받았다. 교체명단에 곧바로 이름을 올렸다. 26일 새벽(한국시각)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 미들스브러전 원정전(0대4 패)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돼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임대 첫날, 초고속 데뷔전을 치렀다. 출전시간 고민을 해결했다. 이제 2개월간 경기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2개월간 돈캐스터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후, 겨울 이적시장에서 또 한번 기회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스스로 길을 열었다. "제대로 된, 첫 출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명보호'에도 희소식이다. 20세 이하 월드컵, 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에서 맹활약한 '핵심 수비자원' 윤석영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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